경제

코스피 대장주 숨고르기…셀트리온, FDA 패스트트랙 호재에도 18만 원대 횡보

윤지안 기자
입력

셀트리온 주가가 미국 FDA 패스트트랙 지정과 바이오시밀러 추가 허가 호재에도 18만 원대 초반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신약 개발 가시성 확대와 글로벌 사업 강화에도 불구하고 높은 밸류에이션과 기관 매도 물량이 겹치며 단기 주가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익 성장의 현실화 시점이 투자 심리에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오전 장중 기준 셀트리온 주가는 181,400원으로 전일 대비 0.66% 하락했다. 이날 장중 저가는 181,000원, 고가는 182,800원으로 제한적인 등락 범위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한 달간 주가 역시 18만 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바닥 다지기를 시도하는 흐름이다. 단기적으로는 20일 이동평균선 안착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6개월 기준으로는 가격 조정 이후 기간 조정 국면에 진입해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관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석] FDA 패스트트랙 지정…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로드맵 가속
[분석] FDA 패스트트랙 지정…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로드맵 가속

최근 주가 변동을 이끈 핵심 요인은 연구개발과 글로벌 규제 이슈다.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 중인 항체약물접합체 기반 항암 신약 후보물질 CT-P70이 미국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은 데 더해,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오말리주맙 바이오시밀러 옴리클로의 추가 허가 소식이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신약 개발사로서의 성장 스토리와 기존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 강화가 맞물리며 펀더멘털 개선 기대를 자극했다고 보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온도 차가 뚜렷하다. 최근 1주일간 외국인은 매도 우위를 보이다 지난 4일 약 3만 주를 순매수하며 수급 전환의 신호를 보였다. 반면 같은 날 기관은 약 11만 주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과 리스크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 구간에서 기관 매도 압력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주가 반등 탄력이 제약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외국인의 매수 기조가 유지될 경우 중기적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가총액 규모를 감안하면 셀트리온은 여전히 코스피 대표 바이오 대형주로 꼽힌다. 상장주식수는 약 2억 3,096만 주, 시가총액은 약 41조 8,963억 원 수준으로 유동성이 풍부하다. 코스피 내 시가총액 12위, 코스닥을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며 제약·바이오 대장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21.4%로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유한양행 등 동종 업종 대형사와 비교해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밸류에이션과 재무 건전성을 함께 놓고 보면 상반된 평가가 공존한다. 2024년 예상 주가수익비율 PER은 101.06배 수준으로 높은 편이지만, 2025년 예상 PER은 50.97배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 컨센서스 기준 투자의견은 매수로 집계되며 평점 4.00점, 목표주가는 231,765원으로 제시돼 현재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부채비율은 19.77%에 불과해 재무 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시장에서는 주가 리레이팅의 핵심 동력으로 내부 R&D 성과를 꼽는다. CT-P70이 미국 FDA 패스트트랙을 받으면서 셀트리온은 임상 설계 단계부터 허가 과정까지 FDA와 긴밀한 협의가 가능해졌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중증 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개발과 검토를 돕는 제도로, 승인 시 일정 단축과 성공 가능성 제고에 대한 기대가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해당 designation이 셀트리온을 단순 바이오시밀러 회사에서 신약 개발을 병행하는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제품 라인업 측면에서도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옴리클로 300mg 프리필드시린지 제형이 미국 FDA 허가를 획득하면서 셀트리온은 미국과 유럽 양대 시장에서 오말리주맙 전 용량 라인업을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동등한 효능에 더해 투약 편의성을 높인 제형 확보가 실제 처방 확대와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 시장 개척도 병행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칠레 공공조달청 입찰을 통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 공급을 시작하며 중남미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동시에 인천시와 바이오산업 공동성장 협약을 체결해 생산 시설 및 연구개발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사업 확장과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 내 입지 강화가 중장기 매출 안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요소로 평가한다.

 

다만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2024년 기준 100배를 상회하는 PER은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2025년 실적 기준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이 각각 26.78퍼센트와 20.23퍼센트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같은 수치가 실제 실적 발표를 통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도 공존한다.

 

테마 측면에서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ADC, 제약·바이오 대장주 등 주요 투자 테마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FDA 관련 호재는 바이오 섹터 전반 투자 심리를 다소 개선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향후 신약 임상 데이터 발표, 추가 글로벌 수주 계약 등 이벤트가 테마 강세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글로벌 금리 변동과 환율 급등 같은 대외 변수는 섹터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어 변동성 관리가 요구된다.

 

동종 업종 내 비교에서 셀트리온의 강점으로는 다양한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후보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향후 영업이익률 개선 전망 등이 꼽힌다. 반면 약점으로는 자기자본이익률 ROE 2.46퍼센트 수준에 머물러 삼성바이오로직스 14.02퍼센트, SK바이오팜 63.41퍼센트 대비 낮은 점이 지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2025년 이후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될 경우 ROE 격차가 축소되며 현재의 밸류에이션 할인이 해소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18만 원 선 공방이 핵심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 가격대가 지지될 경우 기술적 반등을 모색할 수 있지만, 이탈 시 조정 폭 확대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본다. 보수적 시각에서는 17만 5,000원을 하단 지지 구간으로 제시하고,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19만 5,000원 돌파 시 추세적 상승 전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오 섹터 특성상 임상 결과와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관의 단기 차익 실현, 글로벌 제약사와의 경쟁 심화, 각국의 약가 인하 정책 등 대외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신약 개발 진척 상황과 실제 실적 개선 속도를 면밀히 점검한 가운데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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