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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에도 DAU 증가"…쿠팡, 역설적 충성도 확인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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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실제 이용 행태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탈퇴 인증과 불매 선언이 이어지지만, 현장 물량과 데이터 통계에서는 오히려 사용량 증가가 관측되며 국내 이커머스 산업 구조와 플랫폼 의존도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데이터 보안 리스크와 생활 인프라로 굳어진 물류 플랫폼의 괴리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자신을 쿠팡 배송기사라고 밝힌 A씨는 4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스레드에 최근 체감하는 배송 물량과 고객 반응을 공유했다. A씨는 온라인에서 대규모 탈퇴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과 달리, 현장에서는 주문량 감소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탈퇴 인증이 넘쳐나는 SNS 분위기와 반대로 실제 배송 물량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증가세라고 강조했다.

A씨는 SNS에서 탈팡, 즉 쿠팡 탈퇴를 인증하는 글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현장에서는 체감되는 변화가 없다고 적었다. 그는 기존 고객이 대거 이탈한 것처럼 보이는 여론과 배송 현장의 상황이 맞지 않는다며, 실제 주문량이 줄지 않은 점을 두고 의문을 나타냈다. 이어 이번 논란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을 언급하며, 현직 입장에서는 쿠팡 죽이기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시에 쿠팡의 잘못과 대응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쿠팡이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고 사후 조치도 미흡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하면서도, 국내에서 쿠팡 수준의 로켓배송과 새벽배송 네트워크를 즉시 대체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갖춘 회사는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전국 단위 풀필먼트 센터와 당일 배송 물류망을 갖춘 플랫폼의 부재가 소비자의 선택지를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씨는 국민 대다수가 이미 체감하고 있는 배송 편리성이 쿠팡을 떠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새벽배송과 당일 도착 서비스가 사실상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국내 대체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자본을 앞세운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이 공격적으로 진입하면 쿠팡 공백을 빠르게 메울 수 있다고 전망하며, 중국 직구 플랫폼의 확산을 잠재적 변수로 제시했다.

 

그의 글에는 쿠팡을 계속 이용하겠다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쿠팡 기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쿠팡 사수를 외치는 글, 논란 이후 오히려 더 자주 주문하고 있다는 반응, 여전히 쿠팡을 쓰지만 중국계 플랫폼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용 경험 등이 공유됐다. 개인정보 유출 대응은 아쉽지만 새벽배송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이어지며, 보안 리스크와 서비스 편의성 사이에서 소비자들이 현실적 선택을 하고 있는 양상이 드러났다.

 

쿠팡 탈퇴를 촉구하는 움직임과 이를 반박하는 정서가 SNS 상에서 맞부딪히는 점도 눈에 띈다. 한 이용자는 집 안에 쿠팡을 응원한다는 문구를 인쇄해 붙인 사진을 올리며, 새벽배송과 로켓배송 서비스에 대한 감사 인사, 배송기사들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전했다. 동시에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 사용에 반대한다는 문장을 강조해, 개인정보 이슈와 별개로 국산 플랫폼과 중국계 플랫폼을 구분하려는 소비자 정서를 드러냈다.

 

실제 이용 데이터에서도 역설적 흐름이 확인된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분석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공론화되기 전인 지난달 22일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는 약 1561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본격화된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평균 일간 활성 이용자 수는 1594만 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이용자 수는 감소세보다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30일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는 1746만 명, 이달 1일에는 1799만 명으로 상승했다. 이는 논란 이전인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의 평균 이용자 수와 비교해 각각 9.5퍼센트, 12.9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여론상 탈퇴 선언이 잇따르지만, 실제 앱을 실행해 사용하는 사용자 규모는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쿠팡 사례가 데이터 보안과 플랫폼 인프라 의존도가 충돌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으로 해석된다. 이용자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분노하면서도 배송 속도와 상품 선택권, 가격 경쟁력 등 생활 편익 요소를 즉각 포기하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국 단위 물류센터, 자동화 설비, 자체 배송망을 기반으로 한 로켓배송 시스템은 이미 소비자 구매 패턴을 바꿔 놓은 상황이라, 단기간에 타 플랫폼으로 집단 이동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다.

 

정보보호 관점에서 이번 사태는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경고 신호로 읽힌다. 대규모 개인정보를 다루는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은 유출 사고 시 법적 책임뿐 아니라 브랜드 신뢰도, 장기 이용자 충성도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쿠팡 사례처럼 서비스 대체가 어려운 경우에는 단기적인 이탈보다는, 규제 강화와 보안 투자 확대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마존, 중국 빅테크 등도 연이어 데이터 보호 규제에 직면하고 있다. 유럽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강력한 규제 체계 아래에서는 위반 시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며, 플랫폼 기업들이 보안 아키텍처 고도화와 데이터 최소 수집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관련 부처가 이커머스 플랫폼의 보안 기준과 사고 신고 의무를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쿠팡 사태가 단일 기업 문제를 넘어 국내 이커머스 산업의 구조와 경쟁력을 재점검할 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글로벌 규제 수준에 맞게 끌어올리는 동시에, 쿠팡에 집중된 물류 인프라 의존도를 완화할 수 있는 다수의 경쟁 플랫폼과 물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사태 이후 쿠팡이 보안 체계를 어떻게 재정비하고, 소비자 신뢰 회복에 성공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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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개인정보유출#로켓배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