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마스터로 무중단 운영”…후지쯔, AI DBMS로 공공 공략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고가용성 엔터프라이즈 DBMS가 공공 시장 공략의 전면에 나섰다. 한국후지쯔가 포스트그레SQL 기반 상용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을 조달청 디지털서비스몰에 올리면서 공공·금융·의료기관의 DBMS 전환 수요를 본격 겨냥하고 있다. 멀티마스터 구조를 활용한 무중단 서비스, 전 구간 암호화 보안 체계, 검색증강생성 기반 AI 연계 기능을 앞세워 글로벌 상용 DBMS 중심이던 공공 인프라 지형에 변화를 촉발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오픈소스 기반 DBMS 경쟁이 공공 클라우드와 AI 인프라 도입 속도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후지쯔는 포스트그레SQL 기반 엔터프라이즈급 DBMS인 후지쯔 엔터프라이즈 포스트그레스를 조달청 디지털서비스몰에 등록했다고 15일 밝혔다. 디지털서비스몰 등재로 중앙부처와 지자체, 교육·의료기관이 조달 절차를 통해 상용 지원을 갖춘 오픈소스 DBMS를 도입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제품은 이미 국내 대기업과 대학병원, 금융기관, 방송통신 분야 공공기관 등에 공급되며 레퍼런스를 구축해 왔다.

후지쯔 엔터프라이즈 포스트그레스의 핵심 차별점은 포스트그레SQL의 오픈소스 생태계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상용 DBMS 수준의 고가용성과 운영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특히 멀티마스터 확장 기능에 기반한 액티브 액티브 구조를 업계 최초로 구현해 장애가 발생해도 서비스 중단 없이 트랜잭션 처리가 가능한 수준의 연속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마스터·슬레이브 기반의 장애조치 구조에서 발생하던 전환 지연과 데이터 싱크 문제를 줄인 구성이어서 미션 크리티컬 워크로드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최신 버전인 후지쯔 엔터프라이즈 포스트그레스 117은 AI 활용을 전면에 내세웠다. 텍스트 의미 검색과 벡터 검색, 그래프 탐색 등 고급 탐색 기술을 DB 엔진 레벨에서 지원하고, 오픈소스 확장인 pgvector를 연계해 임베딩 기반 유사도 검색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검색증강생성 구조를 구현하는 대표 오픈소스 프레임워크인 랭체인과 통합해, 개발자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기업 데이터와 외부 대규모 언어모델을 결합한 AI 애플리케이션을 보다 손쉽게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공공기관이 내부 데이터 유출 없이 자사 지식베이스 기반 챗봇과 지능형 검색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적합한 조합으로 평가된다.
분석 성능 측면에서도 병렬 처리와 인메모리 기술을 적용해 대용량 데이터 분석 속도를 끌어올렸다. 필요한 데이터를 메모리에 상주시켜 디스크 입출력을 최소화하는 인메모리 구조를 도입하고, 쿼리 단위 병렬 실행을 통해 CPU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웹어드민 기반 원클릭 설치, 백업, 모니터링 기능을 포함해 전통적인 커맨드라인 중심의 오픈소스 운영 부담을 줄였다. 전문 DBA가 부족한 공공기관과 중견 금융기관에서도 최소 인력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보안 체계는 금융·공공 규제 수준을 겨냥했다. 데이터 저장·백업·미러링·통신 전 구간을 전면 암호화하고 AES 기반 암호화와 256비트 TDB 암호화, PCI DSS 지원, 데이터 마스킹 기능을 기본 제공한다. 이로써 카드 결제 정보, 주민등록 등 민감 개인정보를 다루는 시스템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규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IBM 리눅스원, IBM 파워, 쿠버네티스 환경을 지원해 메인프레임급 시스템부터 컨테이너 기반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일관된 보안 정책과 가용성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글로벌 DBMS 시장에서는 오라클과 상용 솔루션이 여전히 강세지만,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공공 영역에서 오픈소스 기반 상용 지원 모델이 빠르게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포스트그레SQL과 MySQL, 마리아DB를 기반으로 고가용성과 보안, 기술 지원을 패키징해 제공하는 모델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공공·금융 분야에서 데이터 주권 강화와 라이선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상용 DBMS 종속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가운데, 후지쯔의 행보가 이러한 교체 수요를 직접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공공 영역에서 AI 기반 서비스 확산을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 단계에서의 벡터 검색과 RAG 지원이 필수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관들은 AI 검색과 챗봇 구현을 위해 별도 검색엔진이나 특화 솔루션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벡터 및 그래프 탐색을 내장한 DBMS를 활용할 경우 아키텍처 단순화와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병원·금융기관처럼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야 하는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어, 개인정보보호 규제 준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공공 조달 체계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서비스몰 등재는 기술 경쟁에 더해 조달 제도 이해와 인증, 유지보수 요건 충족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후지쯔가 기존 공공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엔터프라이즈 포스트그레스를 조달 카탈로그에 올리면서, 후속 버전 연동과 추가 AI 기능 패키지 등도 조달 체계 안에서 단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에는 공공 마이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전자정부 시스템, 스마트시티 통합관제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오픈소스 기반 DBMS가 입찰 조건에 포함되는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경주 한국후지쯔 대표는 데이터 주권과 보안, 고가용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공공 시장에서 신뢰받는 파트너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후지쯔 엔터프라이즈 포스트그레스가 조달 시장 안착에 성공할 경우, 공공·금융의 DBMS 구조 전환과 AI 인프라 재편 속도를 가속화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산업계는 이번 행보가 상용 DBMS 중심이던 기존 구조를 얼마나 바꿀지, 그리고 오픈소스 기반 AI 데이터 인프라가 실제 사업 현장에서 어느 수준까지 확산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