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보이스피싱도 최대 징역 30년”…국회, 사기죄 형량 상향 처리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을 둘러싼 민심과 국회의 법·제도 개편 요구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대규모 서민 피해를 낳은 각종 사기 범죄에 대한 형량이 대폭 상향되면서, 형사사법 체계 전반에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법무부는 3일 형법과 형사소송법, 특정강력범죄 처벌 관련 법률, 전자장치부착법 등 개정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형법 개정으로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투자 리딩방 사기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사기 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30년까지 선고가 가능해진다.

개정 형법은 사기죄, 컴퓨터등사용사기죄, 준사기죄의 법정형을 종전 징역 10년, 벌금 2천만원 이하에서 징역 20년, 벌금 5천만원 이하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여러 범죄가 동시에 판결 대상이 되는 경합범의 경우,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해 2분의 1을 가중하는 현행 원칙에 따라 최고 형량이 징역 30년으로 올라간다.
그동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면 징역 30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었지만, 피해액 구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피해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이르더라도 피해자 1인당 피해액이 5억원을 넘지 않으면 특정경제범죄법 적용이 어려워 형법상 사기죄만 적용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형법상 사기죄만 적용될 경우 가중 처벌을 해도 최대 징역 15년에 그쳤다.
법무부는 형법상 사기죄의 법정형 상한을 징역 10년에서 20년으로 높이면서, 사기 범죄에 대한 사회적 비난 가능성과 서민 피해의 심각성을 형량에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경합범 가중을 전제로 한 최고 징역 30년 선고가 가능해진 만큼, 반복적·조직적 사기 범행에 대한 제재 수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권리 보장 강화를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됐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범죄 피해자가 법원에 보관 중인 형사재판 기록뿐 아니라 증거보전 서류, 기소 후 검사가 보관하는 증거기록까지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와 유족이 사건 진행 경과와 사실관계를 보다 충실히 파악하고, 민사소송이나 추가 법적 대응을 준비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피해자 지원 범위를 넓히는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지금까지는 성폭력 범죄 등 일부 범죄 피해자에게만 국선변호사가 제공됐으나, 앞으로는 살인과 강도, 조직폭력 등 특정강력범죄 피해자도 국선변호사를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특히 19세 미만 미성년자나 심신미약 장애인인 특정강력범죄 피해자에 대해서는 국선변호사 선임을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스토킹 범죄 대응 체계도 강화된다. 국회를 통과한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은 스토킹 범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할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간에는 가해자가 접근할 때 일정 거리 단위로 거리 정보만 안내돼, 피해자가 어느 방향에서 가해자가 다가오는지 알기 어려웠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라 가해자의 실제 위치 정보를 피해자에게 제공하는 정책이 추진되면, 피해자가 사전에 대피하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선제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스토킹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2024년 1월부터 시행한 스토킹 가해자 전자장치 부착 잠정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무부 위치 추적 시스템과 경찰청 112 시스템을 연계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피해자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이 문자 방식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를 확인하지만, 시스템 연계가 완료되면 경찰이 가해자의 실시간 이동 경로를 파악하며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국회가 사기·강력·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동시에 강화하는 입법 패키지를 처리하면서, 향후 수사·재판 실무와 현장 대응 방식에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후속 시행령 정비와 시스템 연계를 병행해 제도 안착을 추진할 계획이며, 국회는 추가 보완 입법 필요성을 두고 다음 회기에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