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명예 회복·체계 복원"…김민석, 박정훈 대령 앞세운 국방부 TF 재편
채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수사외압 논란과 군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무총리실과 국방부가 박정훈 대령을 전면에 배치한 조사 조직 재편에 나섰다. 군 조직의 명예 회복과 지휘·감찰 체계 복원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정치권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국무총리실은 12일 국방부에 설치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 내에 박정훈 조사본부 차장 직무대리를 중심으로 한 조사분석실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차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으며, 새 조직의 책임자로 조사 체계 전반을 이끌게 됐다.

박정훈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재직하던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사건 초동 조사를 지휘했다. 당시 상부의 지시에도 수사 방향을 유지하며 이른바 VIP 격노설 등 부당한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한 인물로, 군 내부 원칙 준수와 관련해 상징적인 인사로 꼽혀 왔다.
총리실에 따르면 조사분석실은 박 대령을 포함해 27명 규모로 구성됐다. 앞으로 비상계엄 관련 군인과 군무원, 국방부 소속 공무원의 행위에 관한 징계와 수사 등 행정 처리 방향을 검토하고, 기존 조사 결과의 검증과 보완을 맡는다. 아울러 새로 제기되는 추가 의혹에 대한 조사 기능도 수행하도록 했다.
총리실은 국방부 TF와는 별도로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총괄 태스크포스의 외부자문단도 강화하기로 했다. 육군 장성 출신인 이친범 전 주동티모르 대사를 자문위원으로 추가 위촉해 군 조직과 계엄 관련 사안에 대한 전문성을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21일 비상계엄과 관련된 군인과 군무원, 소속 공무원 등의 불법행위 가담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단장을 맡았고,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합동참모본부와 각 군 감찰 기능을 통합해 약 50명 규모로 편성했다.
이번 조직 재편으로 국방부 안규백 장관이 이끄는 TF 상부에 국무총리실의 총괄 TF가, TF 내부에는 박정훈 대령 중심의 조사분석실이 각각 배치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비상계엄 관련 조사 방향과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에 대한 검증 작업이 동시 병행되는 구도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방부 TF 체계 개편과 총괄 TF 자문단 강화 조치의 배경에 대해 군 기강과 명예 회복을 강조했다. 김 총리는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이 명예를 회복하고 안정된 체계를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장에서 군의 원칙과 절차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박 대령이 중책을 맡은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박 대령의 역할에 무게를 실었다. 또 안규백 장관을 향해 "국방부 장관은 군이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입은 오명과 상처를 씻어낼 수 있게 TF 활동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치권에선 박정훈 대령의 전면 배치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직결된 만큼 향후 여야 공방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야권은 한동안 군 수사 외압 의혹을 국정조사와 특별수사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여권은 군 내부 조사와 사법 절차를 통한 정리 필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TF 조사 방향에 따라 책임 논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군 안팎에서는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지시 체계, 문건 작성과 보고 라인, 그리고 당시 수사와 감찰 과정에 대한 전면 재점검 요구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조사분석실이 기존 조사 결과를 얼마나 폭넓게 재검증할지, 또 채상병 순직 사건 이후 제기된 군 사법제도 개편 논의와 어떻게 맞물릴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무총리실과 국방부는 TF 활동을 통해 비상계엄과 관련된 의혹과 군 내부 수사·감찰 시스템의 문제점을 확인한 뒤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는 향후 국방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TF 조사 경과를 집중 점검하며, 필요할 경우 관련 법안 논의에 본격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