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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우주발사체 상업 발사”…이노스페이스, 한빛나노로 민간시대 연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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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발사체 기술이 한국 우주 산업의 판을 바꾸려 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독자 개발한 시험발사체 한빛나노로 첫 상업용 발사에 나서며, 그동안 정부 주도였던 발사 시장에 민간 우주수송 사업자가 등장하는 국면이 열리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미션을 한국 우주 발사 서비스 산업 경쟁 구도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이노스페이스는 15일 한빛나노의 첫 상업 발사 스페이스워드 임무 수행을 위한 최종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빛나노는 한국 민간 기업이 자체 설계와 제작을 통해 개발한 소형 발사체로, 이번 비행에서 실제 고객 위성을 궤도로 올리는 상업 임무를 처음 수행한다. 발사는 브라질 공군 산하 알칸타라 우주센터 내 이노스페이스가 자체 구축한 발사 플랫폼에서 진행된다.

발사 예정 시간은 브라질 현지시간 17일 오후 3시 45분, 한국시간으로는 18일 오전 3시 45분이다. 발사 윈도우는 브라질 기준 16일부터 22일까지 설정돼 있어, 기상 상황이나 기술 점검 결과에 따라 날짜와 시간이 조정될 수 있다. 브라질 시간 15일 오전부터 한빛나노는 조립동을 떠나 발사대로의 이송을 시작해 본격적인 카운트다운 준비에 들어간다.

 

기술 운용 측면에서는 실제 상용 발사체와 동일한 절차가 적용된다. 발사대 도착 후에는 발사체 기립 작업을 거쳐 연료와 산화제를 공급하기 위한 엄빌리컬 라인 연결, 전원과 데이터, 계측 신호 점검, 추진제 충전 계통의 기밀 시험과 차단 밸브 동작 검증 등이 단계적으로 수행된다. 이 같은 절차는 엔진과 연료계통, 전자장비의 통합 운용성을 확인하는 핵심 공정으로, 상업 발사 서비스 사업자로서의 기술 신뢰도 확보와 직결된다.

 

17일 오전에는 브라질 공군과 함께 기상 조건, 발사체 기술 상태, 발사장 안전 체계 등을 종합 점검하는 발사 승인 회의가 열린다. 승인 후 한빛나노에 추진제 공급이 시작되며, 이후부터는 자동·수동이 결합된 본격 카운트다운 체계가 가동된다. 카운트다운 과정에서는 엔진 점화 시퀀스, 비상 정지 체계, 원격 계측장비 동기화 여부 등을 재확인해 발사 직전까지 위험요소를 최소화한다.

 

한빛나노는 이번 스페이스월드 미션에서 고객이 의뢰한 탑재체를 고도 약 300킬로미터, 궤도 경사각 40도의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계획이다. 목표 궤도는 지구 관측과 통신, 기술 검증 위성 등에 널리 활용되는 저궤도로, 소형 위성 군집 운용 등 차세대 우주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이노스페이스는 궤도 투입 목적의 소형위성 5기를 분리 투입하고, 위성 분리 없이 시험용으로 탑재한 비 분리 실험장치 3기까지 총 8기의 탑재체 운용을 동시에 수행한다.

 

소형위성 5기는 저궤도에서 실제 임무를 수행하며 발사체의 궤도 투입 정밀도와 분리 기구 신뢰성을 검증한다. 비 분리 실험용 장치 3기는 구조체 진동, 열 환경, 전원·데이터 인터페이스 등 우주 환경 적합성 평가를 목표로 한다. 이미 모든 탑재체는 발사체 상단 페어링 내부에 통합을 마쳤으며, 정렬 상태와 전기적 인터페이스 검증까지 완료한 상태라고 이노스페이스는 설명했다.

 

이번 발사는 한국 민간 기업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를 통해 해외 발사장에서 상업 고객의 위성을 수송한다는 점에서 시장적 의미가 크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나로호, 누리호 등 정부 주도의 중대형 발사체 프로젝트가 우주 발사 역량을 이끌어왔지만, 민간 기업이 궤도 투입 상업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단계까지 진입한 것은 첫 사례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페이스X, 로켓랩 등 민간 사업자가 소형위성 발사 수요를 흡수하며 산업을 견인해온 흐름과 맞물려, 한국에서도 유사한 민간 주도 모델이 형성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미션은 이노스페이스가 향후 개발할 상용급 소형 발사체 사업의 전초전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있다. 한빛나노가 실제 궤도 투입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엔진과 추진계 설계, 발사장 운영 노하우, 발사 전후 통합 운용 절차 등 핵심 기술이 검증되면서 소형 위성 전용 발사 서비스 상용화 일정에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인터넷, 지구 관측, 국방 정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형위성 수요가 늘고 있어, 안정적인 발사체를 확보한 사업자는 중장기적으로 발사 슬롯 판매와 발사 주기 확대를 통해 수익 기반을 다질 여지도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소형 발사체 상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소형 로켓을 이용해 다수의 위성을 한 번에 올리는 라이드를셰어 서비스부터, 고객 맞춤형 단독 발사 서비스까지 다양한 패키지를 제안하며 고객 확보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번 브라질 발사를 발판으로 해외 발사장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장기적으로는 다중 발사 플랫폼 확보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발사 인허가와 안전규제 측면에서 브라질 공군과의 협업도 눈에 띈다. 알칸타라 우주센터는 적도 인근에 위치해 지구 자전에 따른 속도를 활용할 수 있어, 같은 연료로 더 무거운 탑재체를 올리거나 연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해외 군 기관이 관할하는 발사장에서 상업 발사를 수행하려면, 환경·안전 기준과 비행 제한구역 설정, 비상 회수 계획 등 복수의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노스페이스는 전 주기 임무 계획과 위험도 분석을 제출하고, 현지 규제 당국과 절차를 조율하며 상업 발사 사업자로서의 운영 체계를 맞춰 왔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스페이스워드 임무에 대해 한국 민간 기업이 자력으로 개발한 발사체를 이용해 우주 수송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임직원이 한빛나노 발사체 개발부터 운용까지 전 주기를 실행하며 준비해 온 만큼, 발사 카운트다운 순간까지 책임을 다해 임하겠다고 밝혔다.

 

우주 산업계에서는 한빛나노의 첫 상업 비행 결과가 국내 민간 발사 서비스 생태계 조성 속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발사 성공 여부에 따라 추가 투자와 후속 발사 계약, 국내외 파트너십 구도 등이 재편될 여지가 적지 않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안정적인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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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스페이스#한빛나노#스페이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