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절차 넷플릭스에 편향됐다”…워너브러더스 인수전, 파라마운트 반발에 공정성 논란
현지시각 4일, 미국(USA) 뉴욕 월가 일대에서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매각을 둘러싼 인수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입찰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항의 서한을 보내며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미국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재편의 핵심 분기점인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전에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구조가 형성됐다는 주장과 함께, 대형 M&A 심사 방식 전반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이하 파라마운트)는 4일(현지시각) 데이비드 자슬라브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브러더스) 최고경영자(CEO) 앞으로 서한을 보내, 진행 중인 매각·입찰 절차가 경쟁 후보 가운데 넷플릭스에 유리하게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파라마운트 측 변호인단은 서한에서 워너브러더스의 현 구조가 “공정 거래 절차의 형식과 실체를 포기해 주주에 대한 의무를 저버렸다”며, “단일 입찰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미리 정해놓은 근시안적인 절차에 착수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에는 파라마운트, 넷플릭스, 컴캐스트 등 3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들은 지난 1일 마감된 2차 제안에서 넷플릭스가 경쟁자들보다 높은 수준의 인수가를 제시했으며 제안 금액 대부분을 현금으로 구성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넷플릭스의 제안 가격이 파라마운트가 제시한 인수가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보도했고, 로이터 통신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넷플릭스가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앞서 CNBC는 넷플릭스가 인수 대상 자산에 대해 제안가의 약 85%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조건을 내세웠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치열한 경쟁 입찰 구도 속에서 넷플릭스의 현금 위주 제안 구조가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해 다른 후보에 비해 두드러진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고가·현금 중심 제안은 인수 이후 재무 건전성과 시너지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동시에, 단기간에 매각을 마무리하려는 매도자 측 이해와 맞물려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파라마운트는 가격 경쟁과는 별개로, 워너브러더스 내부에서 인수·매각 절차를 주도하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서한에서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러더스가 매각 검토를 위해 설치한 독립적 특별위원회가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이사들로 구성됐는지 여부를 따져 물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절차가 “일부 경영진 개인의 잠재적 이해관계” 등에 의해 “오염됐다”고 주장하며, 인수 후보 심사와 의사 결정 과정에 구조적 이해상충이 내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워너브러더스는 파라마운트의 항의 서한이 이사회에 공식 전달됐다고 밝히며 절차상 대응에 나섰다. 워너브러더스 측은 입장문에서 “이사회가 그 의무를 최대한 신중하게 이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임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매각 검토 과정이 특정 인수 후보에 편향됐다는 비판을 정면에서 부인하며, 주주 이익과 법적 의무를 고려한 통상적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파라마운트는 데이비드 엘리슨 CEO를 중심으로 워너브러더스 기업 전체 인수를 목표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데이비드 엘리슨은 소프트웨어 대기업 오라클을 설립한 래리 엘리슨의 아들로, 막강한 자본력과 함께 할리우드(Hollywood) 내에서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대형 미디어 자산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인수전이 본격화되기 전에도 워너브러더스에 인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시 제안은 워너브러더스 측에서 거절된 것으로 전해진다.
워너브러더스는 2022년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하며 출범했다. 현재 영화·TV 스튜디오와 함께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 뉴스 채널 CNN, 스포츠·예능 중심의 TNT, 다큐·라이프스타일 채널 디스커버리 등 다양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지난 6월 발표를 통해 내년까지 스트리밍·스튜디오 사업과 전통적인 케이블 방송 부문을 분리해 개별 회사로 분할할 계획을 제시했다. 이 같은 구조 개편은 매각 또는 추가 합병을 위한 사전 정리 수순으로도 해석돼 왔다.
미국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스트리밍 성장 둔화와 케이블 TV 가입자 감소, 콘텐츠 제작비 상승이 맞물리며 구조조정 압력이 거세다. 로이터 통신은 워너브러더스와 같은 할리우드 대형 미디어 그룹 매각이 성사될 경우 기존 영화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플랫폼 간 힘의 균형이 크게 뒤집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할 경우, 글로벌 스트리밍 1위 사업자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를 동시에 거느리게 돼 콘텐츠 공급·유통 측면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매체는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이 스트리밍 경쟁의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최고가·현금 비중 확대 전략으로 선제적 우위를 노리는 가운데, 파라마운트와 컴캐스트도 기존 방송·케이블·영화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세워 향후 협상 국면에서 조건을 조정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각 사가 제시한 인수 조건과 규제 당국 심사 변수에 따라 최종 승자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가격 우위가 곧 거래 성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공방은 미국 내에서 대형 미디어·기술 기업 간 M&A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통제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파라마운트가 제기한 특별위원회 구성과 경영진 이해관계 논란은, 향후 다른 대규모 거래에서도 이사회 책임과 주주 보호 원칙을 둘러싼 법적·규제적 검토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편 넷플릭스와 같은 빅테크·빅스트리밍 기업의 인수 공세가 계속될 경우, 미국(USA) 당국의 경쟁법 심사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콘텐츠 독점 우려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워너브러더스 이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입찰 구조 조정과 후보자 심사를 이어갈지, 또 파라마운트의 문제 제기가 실제 매각 절차에 변화를 가져올지에 따라 인수전 구도는 다시 재편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워너브러더스 매각 결과가 향후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재편 속도와 방향을 가늠하게 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이번 인수전의 향배와 그 실질적 이행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