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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클로바X 여신심사 투입…네이버클라우드 JB금융 디지털 전환 가속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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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이 금융권 여신 심사와 상담 전 과정에 본격 투입되면서 은행권 업무 구조 변화가 가속하는 모습이다. 네이버클라우드가 JB금융그룹과 손잡고 하이퍼클로바X 기반 금융 특화 모델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면서, 기업 여신 중심의 대출 심사 자동화와 고객 응대 고도화 경쟁이 다음 단계로 옮겨가는 구도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국산 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6일 JB금융그룹 계열사인 광주은행, 전북은행, JB우리캐피탈과 인공지능 기반 금융 서비스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의 핵심은 네이버클라우드의 거대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와 인공지능 고객센터 솔루션 AICC를 중심으로 JB금융의 핵심 업무를 재설계하고, 금융 산업에 최적화된 특화 AI 모델을 공동 개발하는 것이다.

양측은 우선 하이퍼클로바X와 AICC를 활용해 디지털 금융 혁신 과제를 발굴한다. 동시에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프라를 묶은 통합 아키텍처를 고도화해, 자산 건전성 관리와 리스크 분석 같은 내부 업무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한다. 기존 콜센터 자동응답 수준을 넘어, 상담 기록과 내부 문서를 연계 분석하는 고도화된 챗봇과 상담 지원 도구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기술 구현의 중심에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 문서 이해와 요약 기능이 놓인다. JB금융은 기업 여신 상담 단계에서 상담 정보와 각종 제출 서류를 AI가 자동 분류하고 필요한 항목별로 정형 데이터로 변환하는 방안을 적용할 계획이다. 사람이 일일이 읽고 입력하던 신청서, 계약서, 재무제표를 LLM이 먼저 구조화해 넘겨주면, 심사 담당자는 핵심 쟁점과 리스크 검증에 집중할 수 있어 처리 시간이 줄고 오류도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사 단계에서는 신청서, 재무 자료, 거래 이력 정보 등을 AI가 요약·분석해 심사자의 판단을 지원하는 구조를 검토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매출 추이, 부채 구조, 담보 현황, 업종별 리스크 지표를 LLM이 한눈에 볼 수 있는 리포트 형태로 정리하고, 비정상 패턴이나 잠재 리스크가 의심되는 항목을 자동 표시하는 방식이다. 기존 규칙 기반 신용평가 시스템이 수치 위주의 정량 분석에 강했다면, LLM은 비정형 텍스트와 설명 자료까지 통합적으로 처리한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사후관리 단계에서도 AI 활용 범위를 넓힌다. 거래 정보 변화, 외부 공시, 뉴스나 공공 데이터에서 기업 관련 리스크 신호를 탐지해 여신 포트폴리오 관리에 반영하는 모델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번 협력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여신 승인 이후 설명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활용이다. 양측은 심사 종료 후 승인·거절 판단의 근거를 AI가 자동으로 텍스트로 생성하고, 이를 내부 보고서와 고객 안내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강조해온 심사 과정 투명성과 사후 설명 의무를 기술로 뒷받침하는 접근이다.

 

시장 측면에서 금융권의 LLM 도입 경쟁은 이미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대형 은행들은 생성형 AI를 고객 상담과 내부 리서치 자동화에 시범 적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대형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자체 AI 플랫폼 구축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협력은 네이버클라우드가 그룹 단위로 지방금융권과 손잡고 기업 여신 중심의 특화 영역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규제 선호도가 높은 여신 심사 영역은 AI 검증 기준과 데이터 보안 요구가 특히 엄격해, 실 서비스에 안착할 경우 다른 금융사 도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규제와 데이터 거버넌스 측면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여신 심사와 같은 핵심 업무에 AI를 활용하려면 내부 모델 검증, 책임 소재, 편향성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 현행 제도는 AI 활용을 전면 금지하지 않지만, 알고리즘이 의사결정을 단독으로 수행하는 구조는 허용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JB금융과 네이버클라우드는 심사 보조와 문서 자동화에 초점을 맞추되, 결과 검증과 최종 판단은 사람이 책임지는 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협력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특성상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국외 이전 제한, 로그 기록 관리 등도 기술 설계 초기부터 반영해야 하는 항목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미 한국은행과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금융기관에 전용 생성형 AI 플랫폼을 구축했고, 금융 데이터 분석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금융 특화 챗봇도 개발해 왔다. 이번 JB금융 협력은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여신 업무라는 규제 민감 영역까지 LLM 활용 범위를 확장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가 금융권 전용 언어모델을 별도 학습해, 규제 용어와 심사 기준, 상품 구조를 이해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려 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에서 생성형 AI가 실사용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비용 절감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와 설명 책임 강화가 핵심 성과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상담 자동화에서 벗어나 심사와 사후관리까지 연결되는 워크플로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현하느냐가 기술 경쟁력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계는 이번 협력이 하이퍼클로바X 기반 금융 특화 모델의 실효성을 입증하고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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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클라우드#jb금융그룹#하이퍼클로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