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캡으로 일본 공략 나선 HK이노엔…글로벌 위장약 판도 바꿀까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을 앞세운 HK이노엔의 글로벌 전략이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일본 사업권까지 확보하며 위식도역류질환 및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구도다. 일본 현지 신약 개발 기업 라퀄리아와의 지분 및 권리 재정비로 연구개발과 상업화 라인을 동시에 강화해, 국산 위장약 신약의 글로벌 확산 여부가 주목받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진입이 케이캡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와 처방 확산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HK이노엔은 일본 신약 개발 기업 라퀄리아로부터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의 일본 사업권을 인수하고,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라퀄리아 신주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HK이노엔은 일본 내에서 케이캡의 개발과 제조, 판매에 대한 독점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 케이캡은 위산 분비를 조절해 역류 증상과 궤양을 완화하는 계열의 신약으로, 국산으로 개발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지분 구조 재편도 병행됐다. HK이노엔은 라퀄리아 주식 155만5900주를 추가 취득해 5.98퍼센트의 지분을 더 확보했다. 올해 3월 진행된 1차 신주 인수에 이은 두 번째 투자로, 누적 지분율은 15.95퍼센트다. 이로써 HK이노엔은 라퀄리아의 1대 주주 지위를 굳히며 케이캡 및 기타 신약 파이프라인과 관련한 전략적 의사결정에서 영향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라퀄리아는 일본 화이자 출신 연구진이 2008년 설립한 신약 개발 전문 기업으로, 2010년 HK이노엔에 케이캡 물질 관련 기술을 이전한 원개발사 중 하나다. 현재 소화기 질환, 통증, 항암 분야를 포함해 18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초기 물질 발굴과 전임상 단계에서 강점을 보여온 곳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HK이노엔 입장에서는 원개발사와의 지분 결합을 통해 케이캡 후속 파이프라인과 복합제, 새로운 적응증 확장 등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케이캡의 일본 진출은 시장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일본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규모는 약 2조원, 미화로는 12억27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며 세계 3위의 대형 시장으로 분류된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고 만성 위장 질환 유병률이 높은 일본 특성상, 장기 복용이 가능한 위산분비 조절제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현재 케이캡은 일본에서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태지만, 이번 권리 인수를 계기로 임상 개발과 허가, 상업화 일정이 구체화될 수 있는 여지는 커졌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HK이노엔은 이번 계약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은 일본까지, 매출 기준 세계 1, 2, 3위 제약 시장에 모두 케이캡 사업권을 확보했다. 신약 하나로 세 개의 초대형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구도를 갖춘 셈으로, 도입·수출 계약, 공동 개발, 현지 마케팅 제휴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열린다. 특히 일본은 약가 제도와 의사 처방 관행이 보수적인 시장이어서, 현지 파트너십과 데이터 축적이 상업적 성공의 관건으로 꼽힌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는 기존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과의 차별화 전략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소화기 시장에서는 오메프라졸 계열의 기존 위산분비억제제와 다양한 후속 약물이 오랫동안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아 왔다. 케이캡은 작용 기전과 용법, 부작용 프로파일 면에서 기존 약물과 차이를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실제 일본 처방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임상 데이터와 보험 급여 조건에 따라 갈릴 수 있다.
규제와 제도 환경도 중요한 변수다. 케이캡이 일본에서 의약품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현지 규제 당국 심사를 거쳐야 하며, 허가 후에는 약가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도 받게 된다. 미국, 중국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실사용 경험이 일본 심사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인정될지가 개발 기간 및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한중미에서의 진입 경험이 일본 허가 전략 수립에 참고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HK이노엔은 케이캡 글로벌 확장과 더불어 라퀄리아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소화기 질환뿐 아니라 통증, 항암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넓힐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원천 기술 보유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단일 제품 수출을 넘어 다각적 공동 개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라퀄리아 역시 한국 파트너를 통해 아시아 시장 진출과 임상 공동 수행 등에서 시너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HK이노엔 곽달원 대표는 이번 계약을 양사의 연구개발 역량을 결합해 혁신 신약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케이캡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로 평가했다. 제약 업계에서는 일본 진출 전략이 구체화되는 시점이 케이캡의 글로벌 라이프사이클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행보가 국산 신약의 글로벌 안착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재편으로까지 연결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