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 데이터센터에 500억달러 쏟겠다”…오라클, 실적 부진에 투자 부담 겹쳐 주가 급락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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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0일, 미국(USA) 뉴욕 증시에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Oracle)의 2분기 실적과 대규모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공개됐다. 실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공격적인 설비투자 계획이 재무 부담 우려를 자극하면서, 발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AI 인프라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오라클의 투자 전략이 글로벌 기술·금융 시장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되고 있다.

 

현지시각 10일 정규장에서 오라클 주가는 0.67% 상승 마감했지만, 2026회계연도 2분기(9~11월) 실적이 공개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11.6% 급락한 197.2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9월 실적 발표 직후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현재까지 약 40% 조정된 상태에서, 실적과 투자 계획이 겹치며 매도 압력이 확대된 셈이다.

오라클 주가 시간외 11.6% 급락…2분기 실적·500억달러 CAPEX 부담
오라클 주가 시간외 11.6% 급락…2분기 실적·500억달러 CAPEX 부담

오라클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4% 늘어난 161억달러, 조정 영업이익이 10.5% 증가한 6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매출과 조정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에 소폭 못 미치면서 실적 실망이 투자심리를 눌렀다.

 

시장 관심이 집중된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 매출은 40억8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클라우드 판매 전체 매출은 79억8천만달러로 34% 늘었다. 고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두 부문 모두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AI 붐을 타고 폭발적 성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에는 미달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수주 잔액은 1분기 말 4천550억달러에서 2분기 말 5천230억달러로 680억달러 증가했다. 오라클은 지난해 9월 전년 동기 대비 359% 급증한 수주 잔액 4천550억달러를 공개한 뒤 다음 날 주가가 36% 급등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주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적과 투자 계획에 대한 경계가 더 크게 작용하며 주가를 지지하지 못한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을 더욱 끈 대목은 데이터센터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한 자본지출 급증이다. 2분기 자본지출은 약 120억달러로, 1분기 85억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시장 예상치를 약 37억달러 웃도는 규모로, AI·클라우드 인프라 확대를 위한 선제 투자라는 해석과 함께 단기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부각됐다.

 

더그 케링 오라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 콜에서 2026회계연도 전체 자본지출 전망치를 약 500억달러로 제시했다. 기존 제시치보다 150억달러 상향된 수치다. 케링 CFO는 자본지출의 대부분이 데이터센터용 장비 구입에 쓰인다고 설명하면서도, 토지·건물·전력 인프라는 임대 방식으로 조달하고 데이터센터와 전력 설비가 완공·인도되기 전까지는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는 구조라고 밝혔다. 대규모 투자를 전제로 한 재무 구조 최적화를 강조한 셈이지만, 시장에서는 수익성 희석과 차입 확대 가능성을 둘러싼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클레이 마고이르크 오라클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성명에서 오라클이 고성능이면서 비용 효율적인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운영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라클 데이터센터의 자동화 수준이 매우 높아,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정당화했다.

 

오라클은 2026회계연도 전체 매출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제시했던 670억달러로 유지했다. 케링 CFO는 회사가 투자등급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늘어난 자본지출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리시 잘루리아 RBC 캐피털 마켓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이 확대된 자본지출을 어떻게 조달할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수주 잔액이 쌓이는 것과 그 수주가 실제 매출로 전환된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하며, 수주 중심의 성장 스토리가 실질 성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마케터 애널리스트 제이컵 본도 매출이 시장 기대를 밑돈 상황이 이미 조심스러운 투자자들 사이에서 오라클의 오픈AI 계약과 공격적인 자본지출 전략에 대한 우려를 한층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경쟁 심화 속에서 오라클이 데이터센터 투자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단기 수익성 악화와 재무 건전성 훼손에 대한 시각이 맞물리며 시장은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USA) 빅테크와 클라우드 강자들이 일제히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오라클의 공격적 자본지출이 향후 성장 동력 확보로 이어질지, 아니면 재무 리스크로 돌아올지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금융시장은 오라클의 실적 개선 속도와 대규모 투자 계획의 실질적 이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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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오픈ai#클레이마고이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