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12·3 비상계엄 지휘관 파면·해임"…여인형·이진우·고현석 파면, 곽종근 해임
군의 비상계엄 동원 명령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군 수뇌부 징계로 번졌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병력을 출동시킨 지휘 라인을 놓고 국방부가 파면과 해임, 정직 등 중징계를 확정하면서 정치권과 군 내부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29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2·3 불법 비상계엄 관련 주요 지휘관에 대한 징계 결과를 발표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언론브리핑에서 "12·3 불법 비상계엄과 관련해 여인형, 이진우, 곽종근 중장을 법령준수의무위반, 성실의무위반으로, 고현석 중장을 법령준수의무위반으로, 그리고 대령 1명을 성실의무위반으로 각각 중징계 처분했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 설명에 따르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고현석 전 육군참모차장은 파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해임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면과 해임은 장교에게 내려지는 최고 수준 징계로, 특히 파면은 군인연금 수령액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본인이 납부한 원금과 이에 대한 이자만 지급된다. 반면 해임의 경우 금품 및 향응수수, 공금 횡령 등의 사유가 아닌 한 연금은 정상 지급된다.
이번 징계 대상에 포함된 여 중장과 이 중장, 곽 중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관위로 병력을 출동시킨 책임을 두고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적용받고 있으며, 계엄 발령 이후 병력 운용 과정 전반에 대한 수사가 병행돼 왔다.
특히 곽 중장의 징계 수위 조정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곽 중장은 이달 19일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파면이 의결됐으나, 이후 실체적 진실 규명과 헌법질서 회복에 기여한 점이 참작돼 해임으로 감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구체적 경위에 대해 별도 설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징계 과정에서 수사 협조 정도와 진술 내용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뒤따랐다.
12·3 비상계엄의 또 다른 핵심 현장으로 지목된 이른바 계엄버스 운용과 관련해서도 중징계가 내려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고현석 중장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이자 당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에 따라 육군본부 참모들이 탑승한 계엄버스 운행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버스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이후인 2024년 12월 4일 새벽 3시께 계룡대에서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가 약 30분 만에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적지는 계엄사령부 구성이었지만, 국회의 해제 의결 뒤 강행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을 키웠다.
징계 절차 번복 논란을 낳았던 방첩사 소속 유 모 대령에 대해서는 정직 2개월 처분이 최종 확정됐다. 앞서 징계위원회는 유 대령에 대해 징계사유 없음 결론을 내렸지만, 징계권자의 재심사 요청으로 징계위가 다시 열렸다. 국방부 안팎에선 이례적 재심 요구 배경을 두고 시선이 집중됐고, 재심 결과 중징계가 내려지면서 지휘 책임 판단 기준을 둘러싼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대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이후에도 중앙선관위 출동 명령을 실행한 당사자로 지목됐다. 부하가 위법 소지를 이유로 출동을 만류했음에도 부대를 출발시킨 행위가 징계 사유에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직 처분은 파면·해임보다는 가볍지만 복무와 진급, 보직에 상당한 제약을 주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한편 국방부는 앞서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던 이재식 전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차장에게 파면 징계를 내렸고, 계엄버스에 직접 탑승했던 김승완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에게는 강등 처분을 확정했다. 두 사람은 계엄 계획 수립과 현장 실행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19일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장성 7명과 대령 1명 가운데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육군 소장)을 제외한 7명에 대해 파면, 해임,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정 대변인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서는 아직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며, 추후 결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군 안팎에선 국방부 징계 결정이 향후 군 수사와 재판, 나아가 정치권 책임 공방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불법 계엄 사태의 지휘 구조와 보고 라인을 둘러싼 추가 규명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고, 진술 상충 여부에 따라 징계 수위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국방부는 우선 징계 대상자 본인 통보와 이의 제기 절차를 진행하고, 계엄 관련 군사재판 및 추가 조사 경과를 지켜보며 조직 기강 확립 대책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역시 계엄 사태의 전말과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국회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재발 방지 대책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