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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전기차 인프라 관리 강화”…고양시, 입지 규제·운영 기준 정비→환경·안전 균형 모색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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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가 개발제한구역 내부에 설치되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대상으로 환경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고려한 관리 기준을 마련해 1일자로 고시했다. 고양시는 그린벨트 내 충전시설이 법 개정 이후 빠르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난개발과 불법 용도변경 문제가 반복적으로 드러난 만큼, 허가 단계에서부터 운영·사후점검에 이르는 관리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어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심 외곽의 부담을 덜어주는 공공 인프라가 또 다른 환경 부담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제도적 울타리를 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고양시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가 허용된 것은 2018년 관련 법령 개정 이후였으나, 충전소를 명목으로 한 상업시설 확장이나 허가 목적과 다른 용도의 영업 행위가 뒤따르며 그린벨트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지형을 과도하게 훼손하는 공사, 교통안전과 조망 훼손을 유발하는 입지 선정, 다수 시설이 짧은 거리 안에 몰리는 과정에서 주민 민원이 누적되는 양상도 관측됐다.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국가적 과제가 개발제한구역 제도와 충돌하는 양상 속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해법 모색에 나선 셈이다.  

그린벨트 전기차 인프라 관리 강화
그린벨트 전기차 인프라 관리 강화

이번에 마련된 기준의 핵심은 입지 제한을 통해 환경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맞춰졌다. 우선 절토나 성토가 3m를 초과해 지형을 대규모로 변형해야 하는 토지는 허가 대상에서 배제된다. 평균경사도 15도 이상인 급경사지도 설치가 제한되는데, 이는 토사 유실과 사면 붕괴 위험을 억제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교량·고가도로·터널로부터 300m 이내에 위치한 토지도 계획 입지에서 제외되며, 다른 충전시설과의 이격거리가 2km 미만인 부지 역시 제한 대상으로 규정됐다. 전기차 인프라가 특정 축에 편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고, 교통량과 안전성을 고려한 공간 배분을 꾀한 조치다.  

 

시설 구성에 대한 정량적 기준도 도입됐다. 고양시는 개발제한구역 내 충전시설에 대해 전체 설비의 80퍼센트 이상을 급속충전기로 채울 것을 의무화했다. 이용자의 회전율을 높여 토지 이용 효율을 끌어올리고, 장시간 주정차로 인한 교통 혼잡과 소음 민원을 줄이려는 의도다. 동시에 세차 시설 설치 개수에 상한을 두어, 충전소를 빙자한 대규모 세차장이나 부가 상업시설 확장을 막는 장치도 포함했다. 충전 구역 대비 형질변경 허용 면적을 수치로 제시해, 가용 토지의 범위를 에너지 공급 기능에 집중하도록 유도한 점도 주목된다.  

 

개발제한구역 제도는 도시 확산을 억제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장기 계획과 직결된 만큼, 전기차 인프라 확충과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지자체의 세밀한 해석이 요구돼 왔다. 고양시의 이번 기준은 법률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토지 형질변경을 최소화하고, 충전 기능 중심으로 시설을 구조화해 비필수 상업 행위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를 통해 전기차 보급률 제고와 환경 보전이라는 두 정책 축 사이의 긴장을 조정할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양시는 허가 이후 관리 강화를 명시하며, 사후 감독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시 관계자는 충전시설 허가 시 새 기준 충족 여부를 엄격히 검토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준공 이후에도 허가 목적 외 사용과 불법 용도변경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개발제한구역의 무분별한 훼손은 중장기적으로 지역 환경 부담과 도시 관리 비용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양시의 이번 조정이 다른 지자체의 정책 설계에도 참고 사례로 활용될 경우, 전기차 인프라 구축의 공간 전략이 보다 입체적인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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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개발제한구역#전기차충전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