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IP가 메신저 속으로” 그라비티, 라인 이모티콘 출시로 팬덤 공략
게임 지식재산권을 메신저 이모티콘으로 확장하는 시도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게임 기업 그라비티가 대표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활용한 라인 메신저용 기본 이모티콘을 선보이며, 게임 안에 머물던 캐릭터 자산을 일상 대화 영역까지 확장하는 IP 비즈니스 전략을 강화했다. 업계는 메신저 플랫폼과의 결합을 장기 이용자 유지와 신규 팬덤 유입을 동시에 노리는 지점으로 본다.
그라비티는 17일 라인 메신저용 라그나로크 오리지널 이모티콘 버전 01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상품은 라그나로크 온라인에 등장하는 픽셀 형태의 기본 이모티콘을 리터칭해 제작했으며, 총 24종으로 구성된다. 구성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표정 이모티콘 18종과 기호 6종으로 나뉘며, 채팅 상황에 따라 세밀한 감정과 반응을 표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이번 이모티콘은 일본을 제외한 라인 메신저 서비스 지역 대부분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설정돼, 약 200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동시 공급 형태를 띤다. 라인 메신저 스티커샵에서 유료 콘텐츠로 제공돼 디지털 아이템 기반의 직접 매출과 더불어, 게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 채널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메신저용 이모티콘은 기술적으로 복잡한 기능을 내세우기보다는, 이용자의 사용 패턴과 노출 빈도에 최적화된 캐릭터 디자인과 감정 표현 구성이 핵심이다. 라그나로크 오리지널 이모티콘 버전 01은 기존 게임 내 픽셀 그래픽을 유지하면서도 모바일 해상도에 맞춰 가독성과 표현력을 높인 것이 특징으로, 원작 팬에게는 향수와 친숙함을, 신규 이용자에게는 독립적인 캐릭터 IP 인상을 동시에 제공하는 방향으로 구현됐다.
게임 업계에서 메신저 이모티콘은 캐릭터 굿즈, 머천다이징과 함께 대표적인 2차 IP 수익화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라인, 왓츠앱, 위챗 등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은 DAU(일간 활성 이용자)가 수억 단위에 이르는 만큼, 인기 게임과의 협업은 게임사 입장에서 광고 효율이 높은 노출 창구가 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별도 앱을 실행하지 않고도 익숙한 게임 캐릭터를 일상 대화에서 활용할 수 있어 체류 시간과 인지도가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구조다.
국내외 게임사들은 수년 전부터 이모티콘, 스티커, 프로필 스킨 등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IP 확장 전략을 펼쳐 왔다. 일본과 동남아 이용자가 많은 라인 플랫폼은 특히 캐릭터 중심 이모티콘 소비가 활발해, 국내 게임사가 글로벌 시장을 테스트하기 좋은 채널로 평가돼 왔다. 이미 여러 글로벌 게임 IP가 라인과 협업한 가운데, 그라비티도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번 상품이 일본을 제외한 지역에서 서비스되는 점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라인은 일본 내에서 강력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동남아와 대만, 중남미 등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의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그라비티는 이들 지역에서 라그나로크 온라인과 관련한 게임·모바일 앱 서비스를 병행해 왔기 때문에, 이모티콘 출시는 현지 팬층을 다시 묶어 세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P 사업 측면에서 이모티콘 출시는 이용자 체류 시간을 직접 늘리기보다는, 게임 브랜드를 일상 경험 속에 스며들게 해 회귀율을 높이는 간접적 역할을 수행한다. 사용자는 메신저 대화 중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게임 복귀나 관련 콘텐츠 소비로 이어질 유인이 생긴다. 특히 라그나로크처럼 장수 온라인 게임은 신규 대형 업데이트나 이벤트 기간에 이모티콘 프로모션을 연계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여지도 있다.
박진온 그라비티 IP 사업 팀장은 유저들에게 친숙한 라그나로크 온라인 속 이모티콘을 실생활에서도 사용하도록 기획했다며, 메신저에서 라그나로크 온라인 이모티콘과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라인 이모티콘 출시가 향후 추가 버전, 다른 플랫폼 이모티콘, 디지털 굿즈로 이어지는 확장 전략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게임 산업 전반에서 캐릭터와 세계관을 게임 외부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메신저 이모티콘은 비교적 개발 리스크가 낮으면서도 글로벌 노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도구로 평가된다. 산업계는 그라비티의 이번 행보가 장기적인 IP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