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루틴 진단 결합 체험형 매장”…SK텔레콤, T팩토리 성수로 Z세대 공략
통신 기반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경쟁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SK텔레콤이 자사 플래그십 스토어를 데이터 기반 자기계발 실험 공간으로 전환하며 Z세대 공략에 나섰다. 이 회사는 연말연시 계획 세우기 문화와 AI 진단, 리테일 공간을 결합해 고객의 일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향후 구독형 서비스와 디지털 헬스케어, 금융·교육 서비스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통신사의 오프라인 매장이 단말 판매 거점을 넘어 ‘생활형 데이터 허브’로 재정의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서울 성수동 플래그십 스토어 T팩토리 성수에서 21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신규 전시 포 마이 넥스트 챕터를 운영한다. 이번 기획은 고객이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 목표를 설계하는 과정을 단계별 체험 동선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활용해 대중에 알려진 만다라트 계획 기법을 구조화된 목표 설계 도구로 삼고, 여기에 AI 강점 진단과 라이프로그형 기록 요소를 얹어 디지털 친화 세대의 사용성을 끌어올렸다.

만다라트는 중심 목표를 기준으로 8개의 핵심 테마를 설정하고, 각 테마별 세부 실행 과제를 다시 8개씩 구체화하는 발상 기법이자 목표 달성 프레임이다. SK텔레콤은 이 구조를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로 재해석해 루틴, 건강, 재테크, 학업·커리어, 뷰티, 취미·여가, 인간관계, 나만의 목표 등 8개 ‘라이프스타일 마켓’을 꾸몄다. 각 마켓은 단순 전시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 입력과 피드백이 이뤄지는 체험형 모듈로 설계돼, 고객이 자신의 생활 패턴과 선호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기존 통신사 체험 매장이 스마트폰·네트워크 기술 중심에서 벗어나 자기관리와 웰니스, 생산성 관리로 확장되는 사례다. 각 마켓에는 인공지능 기반 강점 진단 검사, 취미 추천을 위한 돌림판, 생활 계획표 제작 등 인터랙티브 프로그램이 배치됐다. AI 강점 진단은 이용자의 응답 패턴을 토대로 성향과 강점을 해석해 제시하는 방식으로, 향후 맞춤형 추천 서비스와 연계될 수 있는 기초 데이터 수집 단계로 해석된다.
시장 관점에서 SK텔레콤의 시도는 통신 요금제 중심 비즈니스에서 라이프스타일 구독과 디지털 헬스케어, 교육·금융 서비스로 외연을 넓히려는 글로벌 통신사 흐름과 맞닿아 있다. 고객은 전시 공간에서 건강관리 루틴, 재무 목표, 경력 개발 계획 등을 직접 설계해보고, 마지막 동선에서 3개월 뒤의 자신에게 보내는 MMS 편지를 작성하면서 자신의 데이터와 계획을 디지털 형태로 남기게 된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안, 리마인드 알림, 구독 상품 추천에 활용될 수 있는 구조다.
이번 포 마이 넥스트 챕터에는 크리넥스, 런드리고, 이데아뉴트리션, 베지어트, 리튼, 포레스트, 밤의서점, 더 그란, 쉐누아파리 등 9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참여 기업들은 건강기능식품, 친환경 세제, 비건식, 문구·서적, 뷰티 등 각 마켓 주제에 맞는 제품과 콘텐츠를 제공한다. 일부는 T팩토리 성수 한정 판매 상품이나 특별 할인가, 무료 굿즈를 통해 체험 전환율을 높인다. 통신사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협업을 통해 실제 구매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향후 참여 브랜드와의 공동 마케팅이나 데이터 기반 상품 기획 실험도 가능해지는 구조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통신·IT 기업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플래그십 공간을 데이터 수집과 브랜드 경험, 서비스 실험을 통합한 ‘리빙 랩’ 형태로 운영하는 흐름이 확산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헬스 트래킹 웨어러블, 구독형 피트니스, 디지털 치료제 앱과 통신 요금제를 번들링하는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이번 SK텔레콤 전시는 아직 의료·바이오 데이터 수준까지 확장된 것은 아니지만, 건강과 루틴, 재테크, 커리어 등 생활 전반의 패턴 정보를 수집·해석하는 전단계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규제 측면에서는 현재 전시에서 수집되는 정보가 주로 자기계발과 취향 기반 데이터에 머물러 있어 의료정보나 민감정보 규제와 직접적으로 충돌하지는 않는다. 다만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정신건강 관리, 생산성 코칭 서비스 등으로 확장될 경우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투명성 요구가 커질 수 있다. 특히 AI 강점 진단 결과나 목표 달성 패턴을 토대로 개인의 행동을 유도하는 서비스가 상용화될 경우, 이용자 동의 범위와 데이터 2차 활용 기준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여지도 있다.
업계에서는 Z세대와 알파세대가 자기계발과 멘탈 케어, 재테크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동시에, 오프라인 경험과 SNS 공유를 중시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만다라트와 AI 진단, 브랜드 팝업을 결합한 것은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윤재웅 SK텔레콤 프로덕트앤드브랜드본부장은 어제의 자신보다 나은 나를 중시하는 Z세대를 위한 체험형 전시라고 설명하며, T팩토리 성수 두 번째 전시를 통해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신·IT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통해 플래그십 스토어가 단기 판촉 공간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데이터와 서비스 모델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로 진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러한 시도가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구독형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개인 맞춤형 금융·교육 상품으로 어떻게 연결될지, 그리고 이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데이터 활용과 규제 준수가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