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리플 XRP ETF 36% 고평가 논란”…프랭클린템플턴, 기관 수요 속 변동성 우려 확산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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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1월 말, 미국(USA)에서 운용 중인 프랭클린템플턴(Franklin Templeton)의 리플 XRP(엑스알피) 현물 ETF가 순자산가치(NAV) 대비 30%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면서 국제 암호자산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규제된 XRP 투자 상품에 대한 기관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ETF 구조상 초기에 발생하는 유동성 불균형이 투자자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코인오태그(Coinotag)에 따르면 프랭클린템플턴의 리플 현물 ETF ‘XRPZ’는 현재 기초자산 대비 약 36% 높은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 XRPZ는 5322만 개의 리플 XRP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가액은 1억 708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반면 실제 순자산가치는 7867만 달러로 집계돼, 시장 가격과 실질 가치 간 괴리가 눈에 띄게 확대된 상태다.  

프랭클린템플턴 리플 XRP ETF, 수요 폭증에 36% 프리미엄 기록
프랭클린템플턴 리플 XRP ETF, 수요 폭증에 36% 프리미엄 기록

이 같은 가격 괴리는 2025년 11월 24일 출시 이후 ETF 구조의 특성과 맞물린 초기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 환경 안에서 리플 XRP에 노출되려는 기관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지정참가회사(AP)가 현물 시장에서 XRP를 확보해 신규 ETF 주식을 발행하는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AP의 공급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ETF 시장 가격이 기초자산 가치보다 과도하게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리플 XRP를 기초자산으로 한 ETF 전체 운용자산 규모는 7억 5626만 달러에 이르며, 11월 중순 상장 이후 현재까지 자금 유출 없이 순유입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최근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추세와 대조되는 양상이다. 일부 국제 매체는 이를 “XRP에 대한 기관 자금의 새로운 시험대”로 평가하며, 투자 다변화 흐름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외신 보도를 비판적으로 보면, 36%에 이르는 프리미엄은 단순한 수요 강세를 넘어 구조적 리스크를 내포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TF의 시장 가격이 기초자산의 내재 가치보다 크게 높을 경우, 향후 지정참가회사들의 매입·발행이 원활해지거나 차익거래가 본격화되면 괴리율이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ETF 가격 조정 폭이 커지면 후발 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파생상품 시장의 신호도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현물 ETF로 자금이 유입되는 동안, 리플 XRP 선물 시장의 미결제약정은 최근 8.04% 감소해 약 38억 2000만 달러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레버리지 포지션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일부 투자자들이 단기 가격 조정을 대비해 위험 노출을 줄이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현물 시장의 호재가 선물 시장의 매도 압력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할 경우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및 행정적 장벽 역시 XRP ETF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유럽(Europe)의 디지털 자산 운용사 코인쉐어스(CoinShares)는 최근 미국 내 리플 XRP ETF를 포함한 3건의 등록 신청을 돌연 철회했다. 21쉐어스(21Shares)도 규제 준수와 감독 환경을 이유로 XRP 관련 상장을 연기하는 등, 운용사마다 미국 시장 진입 전략을 조정하는 모습이다. 국제 금융 규제 당국 간 기준 정합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 리스크가 상품 설계와 상장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글로벌 암호자산 규제 질서가 아직 과도기에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증권당국의 심사 기준과 집행 강도가 높게 유지되는 가운데, 유럽과 아시아·호주(Asia-Pacific) 지역 운용사들은 XRP를 포함한 개별 자산의 법적 지위와 공시 기준을 면밀히 검토하며 움직임을 조율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예측 가능성이 낮을수록 프리미엄과 할인 같은 가격 왜곡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격 흐름은 투자 심리의 엇갈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현재 리플 XRP 가격은 개당 약 2.05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최근 1주일 동안 8%가량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ETF에는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만, 현물 가격과 선물 미결제약정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구조적 괴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ETF 수요가 실제 네트워크 활용과 온체인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단기적인 펀드 자금 유입만으로는 가격 하락 압력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와 같은 주요 매체는 암호자산 ETF 열풍을 두고 “월가 전통자본과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접점이 확대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특정 종목 쏠림과 레버리지 청산 리스크가 동반된다고 경고해왔다. 블룸버그 등 금융 전문 매체 역시 XRPZ와 같은 고프리미엄 상품에 대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일반 투자자에게 과도한 위험을 안길 수 있는 전형적 사례”로 언급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향후 관건은 ETF 신규 발행·환매 프로세스가 안정화되면서 XRPZ의 프리미엄이 어느 수준까지 정상 범위로 축소될지, 그리고 기관 자금 유입이 선물 시장의 레버리지 청산 압력을 흡수해 가격 지지선을 형성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규제 당국의 추가 가이드라인과 운용사들의 상품 구조 조정 방향에 따라 XRP ETF 시장의 성장 궤적도 달라질 수 있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프랭클린템플턴의 XRPZ를 비롯한 리플 관련 ETF가 과열과 조정을 거치며 어떤 균형점을 찾아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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