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디플레이션 완화 신호 아직 없다”…중국, 소비자물가 소폭 반등에도 생산자물가 부진 지속

배진호 기자
입력

현지시각 기준 10일, 중국(China) 국가통계국은 11월 물가 지표를 발표하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누그러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와 생산 단계 간 가격 흐름이 엇갈리며 중국 경기의 구조적 부담이 재확인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해 10월의 0.2%에서 오름폭이 확대됐다. 2024년 3월 이후 가장 큰 상승률로,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당국은 최근 과잉생산을 억제하려는 정책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도 CPI가 플러스 흐름을 유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11월 소비자물가 0.7%↑…식품 가격 반등에도 생산자물가 2.2%↓
중국 11월 소비자물가 0.7%↑…식품 가격 반등에도 생산자물가 2.2%↓

11월 CPI 상승을 이끈 핵심 요인은 식품 가격 반등이었다. 식품 가격은 10월 전년 동월 대비 2.9% 하락에서 11월 0.2% 상승으로 돌아서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세부적으로 신선 채소 가격이 14.5% 급등했고, 신선 과일 가격도 0.7% 오르며 농산물 전반에 상승 압력이 형성됐다. 육류 가운데서는 소고기와 양고기가 각각 6.2%, 3.7% 뛰며 일부 고기류에 강세가 나타났다.

 

반면 돼지고기와 가금류 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15.0% 떨어져 대표 단백질 식품 내에서도 품목별 가격 흐름이 크게 갈렸다. 이는 공급 조정 과정과 소비 패턴 변화가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국가통계국은 별도 자료에서 금 관련 품목이 CPI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이며 물가 상승 요인이 수요보다는 특정 자산 가격에 치우쳐 있음을 시사했다.

 

둥뤼지안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사는 금 액세서리 가격이 국제 금값 급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58.4%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전월 대비로도 7.3% 올라 단기적으로도 뚜렷한 오름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국제 금값 급등에 따른 금 관련 품목의 강한 상승이 헤드라인 CPI를 밀어 올리면서, 실물 수요 둔화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이 이번 통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생산 단계 물가를 보여주는 PPI는 약세가 지속됐다.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11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 2.2% 하락해 10월보다 낙폭이 커졌다. 시장 전망치였던 –2.0%보다도 낮은 수치로, 생산자 가격이 예상보다 더 약한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중국(China) 제조업 전반에서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 조정이 계속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홍콩(Hong Kong) 소재 ANZ은행의 레이먼드 융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예상보다 큰 폭의 PPI 하락은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2026년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통화·재정 정책을 포함한 중기적 대응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시장과 투자자들은 CPI가 두 달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는 점보다, 생산 단계 물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소비 단계에서 제한적인 가격 상승이 나타나는 동시에 생산 단계에서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는 국내 수요 부진, 글로벌 수요 약세, 그리고 과잉생산 억제를 겨냥한 정책 조정의 영향을 함께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수출 가격이 낮게 유지될 경우, 아시아 생산 네트워크와 원자재 수출국의 수익성에도 여파가 확산될 수 있어서다.

 

국제 금융시장은 이번 발표를 통해 중국 인플레이션이 당국 목표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내수 회복의 질적 측면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CPI를 끌어올린 요인이 식품과 금 관련 품목처럼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항목에 집중돼 있어, 광범위한 수요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뉴욕과 런던 금융가는 중국의 완만한 물가 상승과 생산자 가격 하락의 조합이 통화 완화 기조 유지 가능성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책과 구조조정 정책 간 균형이 물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과잉생산을 억제하는 공급 측 개혁과 함께 소비 진작, 고용 안정, 부동산 부문 리스크 관리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PPI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사회는 이번 발표 이후 중국이 수요 진작과 물가 안정 사이에서 어떤 정책 조합을 선택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진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중국#국가통계국#레이먼드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