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핵실험장에 신규 폐기물 매립 추진”…카자흐스탄, 원전 안전 관리 강화 전망
현지 시각 14일, 카자흐스탄(Kazakhstan) 정부가 옛 소련 핵실험장이었던 세미팔라틴스크 핵 안전 구역(SNSZ)에 신규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을 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급증하는 원자력 사업의 폐기물 처리 문제와 맞물려, 국제 사회의 환경 및 안전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미팔라틴스크의 과거 오염과 최근 원전 추진 사이에서,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전략과 방사능 관리가 중요한 외교·환경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시간 기준 14일, 수도 아스타나(Astana)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카자흐스탄 원자력청 구마르 세르가진 부청장은 정부가 관련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며, 새로 건설되는 원전의 폐기물을 세미팔라틴스크 핵 안전 구역 내에 매립하겠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남동부 알마티주에 착공한 첫 원자력 발전소의 1,200메가와트(MW)급 원자로 2기에서 매년 50㎥의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에 카자흐스탄 당국은 2025년부터 국립원자력센터(NNC)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폐기물 매립장 개발에 돌입할 계획이다.

세미팔라틴스크 지역은 1949년부터 1989년까지 옛 소련(USSR)이 약 450회의 핵실험을 실시했던 역사가 있다. 핵실험장 폐쇄 후에도 고준위 방사능 오염 문제가 계속됐으며, 지난해 카자흐스탄 정부가 이 지역을 ‘핵 안전 구역’으로 공식 지정해 오염 토지 복원과 폐기물 관리 정책을 추진해왔다. 정부에 따르면 SNSZ 전체 1만8,000㎢ 중 8,300㎢가 고준위 방사능에 오염돼 있다.
이번 매립장 개발 결정에 대해, 카자흐스탄은 이미 누적된 방사성 폐기물이 2억9,300만㎥에 달하고, 그 중 상당량이 세미팔라틴스크 부지에 존재한다고 밝혔다. 매립 깊이는 국제 기준에 따라 최대 400미터까지 가능하나, 지하수 보호 등 환경 안전 기준이 강조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첫 원전은 러시아(Russia) 국영 로사톰(Rosatom)이 건설 중이며, 2035년 완공이 목표다. 정부는 추가로 중국(China) 국영기업과의 협력도 예고했다.
카자흐스탄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현지 언론과 유럽(Europe) 주요 매체들은 “과거 최대 핵 실험장 부지 활용이 국제적 환경 책임론의 시험대”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방사능 오염 지역 관리의 국제 기준 미비를 지적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신규 원전 및 폐기물 정책이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독립과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면서도, 잦은 공론화 요구와 부지 안전성 논란으로 외교적·환경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분석한다. 국제사회는 이번 매립장 건설 계획이 향후 원자력 안전 관리 체계와 환경 복원 실효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