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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 컵라면 화재 위험” 식약처, 안전조리 수칙 제시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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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용 컵라면이 보편화되면서 편의성이 커졌지만, 조리 방식에 따라 화재와 유해물질 노출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루미늄 등 금속 성분이 포함된 뚜껑을 그대로 두고 가열하는 사례가 늘면서 규제 당국이 직접 경고에 나섰다. 간편식 수요 확대와 함께 전자레인지 전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도 급증하는 상황이라, 재질별 내열 특성과 환경호르몬 이슈를 정확히 이해한 소비자 행동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안내를 통해 전자레인지 식품 조리 문화의 안전기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자레인지용 컵라면을 조리할 때 알루미늄 코팅 등 금속 재질 뚜껑을 반드시 제거하라고 당부했다. 컵라면 뚜껑 안쪽에 얇게 증착된 알루미늄은 전자레인지의 전자파를 강하게 반사해 불꽃을 일으킬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용기 주변으로 화염이 번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의점과 학교 매점 등에서 학생들이 뚜껑을 닫은 채 컵라면을 돌리는 관행이 자리 잡으면서, 안전 수칙에 대한 공적 안내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전자레인지용 컵라면이라 하더라도 모든 구성 요소가 전자레인지에 안전한 것은 아니다. 식약처는 컵라면 조리 전 뚜껑 안쪽에 금속 재질이 있는지 육안으로 확인하고, 알루미늄 코팅이 확인되면 반드시 제거해야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종이 뚜껑처럼 보이지만 내부에 얇은 금속층이 포함된 제품도 있어, 단순한 외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플라스틱 용기 사용 시에도 재질과 설계에 따라 내열온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같은 플라스틱 계열이라도 제조 공정, 첨가제, 두께 등 설계 요소에 따라 변형이 시작되는 온도와 구조적 안정성이 다르다. 내열성이 충분하지 않은 용기를 고온에서 장시간 가열하면 용기가 휘어지거나 녹으면서 내용물이 쏟아지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고, 일부 성분이 식품으로 이행될 우려도 제기된다.

 

식약처는 전자레인지에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용기 표면에 표기된 전자레인지용 문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통상 전자레인지용 표시가 있는 플라스틱 용기는 특정 온도와 시간 범위에서 구조적 안정성과 화학적 안전성을 시험한 뒤 유통된다. 따라서 별도 표기가 없는 일회용 용기나 재사용이 설계되지 않은 포장재는 가급적 가열 용도로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전자레인지용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 재질은 폴리프로필렌이다. 폴리프로필렌은 상대적으로 높은 내열온도를 가지며, 가열 시 형태 변형과 성분 이행이 적도록 설계하기 용이해 식품용기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고밀도폴리에틸렌, 결정화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내열폴리스틸렌 등도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재질로 활용된다. 각 재질은 열에 대한 저항성, 투명도, 기계적 강도 등이 달라 용도에 맞춰 선택된다.

 

내열온도가 낮은 재질을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면 용기 변형뿐 아니라 안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조적으로 고온을 고려하지 않은 얇은 용기는 국물류를 데우는 과정에서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휘어지거나 터질 수 있고, 파손된 부분으로 사용자가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식약처는 전자레인지 가열 전에 제품에 표기된 사용온도와 권장 시간을 확인하고, 표시 범위를 넘어서는 사용은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내분비계장애물질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식약처는 설명을 내놓았다. 현재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에는 프탈레이트류 가소제나 비스페놀A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 정상적인 사용 범위에서 이들 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프탈레이트류와 비스페놀A는 체내 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생식기능과 발생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로 분류된다.

 

반면 멜라민 수지, 페놀수지, 요소수지 등 일부 수지는 전자레인지 가열 시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이 용기에서 식품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이들 수지는 고정형 식기나 내열성이 확보된 제품에 한해 제한적으로 쓰이지만, 전자레인지용으로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임의로 가열하면 화학적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특히 오래된 식기나 표면이 마모된 용기는 보호층이 손상돼 용출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할 경우 용도를 간단한 데우기로 한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짧은 시간 동안 음식 온도를 올리는 수준으로 사용하면 플라스틱 구조가 크게 변화하지 않고, 유해성 논란 물질이 이행할 여지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장시간 고온 조리, 기름기가 많은 음식 장시간 가열, 빈 용기 가열 등은 용기 재질에 과도한 열 부하를 주는 조건으로 분류된다.

 

식약처는 소비자가 제품에 표시된 사용시간과 사용온도 등 주의사항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안전수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전자레인지용 문구가 없는 플라스틱 용기는 조리보다는 보관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컵라면과 같은 간편식도 금속 코팅 뚜껑 제거를 생활 습관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관련 기준을 충족한 전용 용기와 명확한 표시 체계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식품안전 정책 당국과 업계에서는 전자레인지 조리 문화가 더욱 확산되는 만큼, 용기 재질과 조리 방식 간 위험소통이 중요해졌다고 보고 있다. 전자레인지와 식품용기 기술이 고도화되는 것과 별개로, 소비자 행동을 뒷받침할 표시제도와 교육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전사고와 불신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조리 편의성과 안전성 사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향후 식품 포장·조리 기술 발전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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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전자레인지용컵라면#환경호르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