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폐기물도 모니터링”…일본, 외식위생 관리 사각지대 드러나
생선 가공 부산물 관리 사각지대가 외식 위생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도쿄 도요스 시장 인근에서 중국 국적의 60대 식당 업주가 사료용으로 분류된 생선 뼈 폐기물을 무단 반입해 조리에 사용한 사건이 알려지면서다. 폐기물의 이동과 사용 이력이 디지털로 추적되지 않는 기존 관리 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산 가공·외식업 전반에 걸친 바이오 위생 데이터 관리 강화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지난달 21일부터 도쿄 도요스 시장 해산물 도매 시설에 무단 침입해 참치 등뼈와 잔여 살코기 등 약 30킬로그램을 반복적으로 가져간 66세 여성 업주를 절도와 무단침입 혐의로 입건했다. 문제의 생선 뼈는 양식 어류용 사료 원료로 분류된 저가 폐기물로, 30킬로그램당 가격은 210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공개한 CCTV 영상에선 업주가 자전거로 폐기물 수거 장소에 접근해 자투리 뼈를 운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당 여성과 남편은 시장에서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중국 해산물 식당을 운영해 왔다. 조사 과정에서 업주는 원래 폐기 처리되는 뼈지만 조리하면 인체 섭취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들 부부는 가져온 뼈를 다져 완자 형태로 만들어 직접 먹었고 일부는 구워 손님 메뉴로도 제공했다. 식당은 그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양이 많고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입소문이 났으며, 점주의 친절한 서비스가 강점으로 언급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단순 절도를 넘어 식품 위생 관리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사료용 수산 폐기물은 인간 식용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위생 기준과 콜드체인 관리 수준이 일반 식자재보다 낮고, 미생물 오염 및 산패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크다. 특히 해산물의 경우 저장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세균 증식과 조직 분해가 빠르게 진행된다. 그럼에도 해당 폐기물은 폐기물 수집업체의 수거 장소에 방치됐고, 인체 섭취로 전용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역·모니터링 장치는 사실상 부재했다.
수산 바이오 분야에서 논의돼 온 디지털 위생 관리 기술들이 실제 현장 적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수산 가공 공장과 대형 도매 시장 일부에서는 온도·습도 센서를 IoT 네트워크로 묶어 저장 환경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블록체인 기반 이력관리 시스템으로 어획부터 가공, 물류, 소매 단계까지 추적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사료용·비식용으로 분류된 폐기물 구간은 관리 사각지대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식용에서 제외된 순간부터 데이터 추적이 끊기고, 폐기물 보관 구역 출입자에 대한 인증·영상 분석 등 IT 기반 통제가 취약한 구조다.
외식업계에서는 식자재의 출처를 디지털로 검증하는 시스템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식당이 구매한 모든 육류·수산물에 대해 공급자 코드, 로트 번호, 가공일자 등을 전자적으로 기록하도록 요구하며, 필요시 규제기관이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는 구조를 도입했다. 반면 중소규모 개인 식당이 많은 일본과 한국 등에서는 여전히 종이 전표나 구두 거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해 전자식 이력 추적에 공백이 존재한다. 도요스 사례처럼 식당이 비정상적인 경로로 원재료를 확보해도 시스템상으로는 인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본과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위생과 자원 재활용을 둘러싼 인식 차이도 드러났다. 일본 누리꾼들은 사료용 폐기물이 인체 섭취를 전제로 설계·관리되지 않았다는 점, 정식 구매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손님에게 제공한 행위가 중대한 신뢰 위반이라는 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편 중국 온라인에선 절도 행위 자체는 잘못이지만 자원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세대적 경험과 연결하는 의견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식품 부산물 업사이클링과 위생 안전을 연결할 수 있는 기술 표준과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유럽과 북미에서는 식용 가능한 어류 부산물을 분리해 재가공하는 바이오 업사이클링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센서와 머신비전으로 부산물 상태를 평가하고, 인체 섭취 적합성에 따라 식품용 단백질, 반려동물 사료, 비료용 바이오 소재 등으로 등급을 나눈다. 또한 QR 코드나 모바일 앱을 통해 소비자가 부산물 출처와 가공 이력을 확인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도 구축 중이다. 비식용으로 분류된 물질이 사람 식탁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로를 원천 차단하는 디지털 장치다.
일본 수산·외식 분야에서도 비슷한 디지털 관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요스 시장과 같은 대형 집하 시설에 사람·물류 동선 추적을 위한 출입 통제 시스템과 영상 분석 기술을 연계하고, 폐기물 수거 구역에 별도의 센서와 경보 장치를 설치해 무단 반입·반출을 자동 탐지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또한 식당 측에는 전자입고 장부 사용을 의무화해 원재료 유입 경로가 데이터로 남도록 하고, 불시 점검 시 해당 자료를 기반으로 추적 조사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식품 안전 규제 당국은 유통 기한, 냉장·냉동 기준과 같은 전통적 관리 항목에 더해 디지털 기록과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감독 방식을 전환하는 추세다. 바이오 센서 기술 발전으로 미생물 오염을 현장에서 실시간 측정하는 기기와 휴대형 진단 장비가 상용화되면서, 앞으로는 폐기물 단계까지 포함한 전 주기 관리 모델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중소 외식업체가 감당해야 할 비용과 기술 장벽을 어떻게 낮출지에 대한 별도 지원책 없이는 현장 도입이 더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도요스 사건이 수산 바이오 자원의 순환 이용과 식품 안전, 그리고 디지털 관리 기술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지에 대한 논쟁을 촉발한 계기가 됐다고 본다. 값싸고 푸짐한 식당을 가능하게 한 배경에 관리되지 않은 폐기물 전용이 있었다는 사실은 소비자 신뢰와 직결된다. 산업계는 수산 부산물 활용과 외식 위생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제도 설계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