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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농축 한미 5대 5 동업 추진 합의"...이재명, 트럼프 제안 배경 설명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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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협력 방향을 둘러싸고 한미 정상이 맞붙었다. 우라늄 농축과 핵추진잠수함 건조 문제를 두고 양국 간 협상 지형이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한국 내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한미 합작 형태로 추진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회견은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진행됐다.  

이 대통령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당시 한국의 우라늄 수입 구조를 먼저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농축된 우라늄을 어디에서 수입하느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전체 수입량의 30%를 수입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자체 생산하면 이윤이 많이 남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한미가 동업하자는 언급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5대 5로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동업하기로 했다"며 구체적 업무 추진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맡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국내 자체 우라늄 농축이 제한돼 있어 저농축 우라늄을 전량 수입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놓고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현실화될 경우 협정 개정 논의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우라늄 농축을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해주면서, 한미 양국이 합작 사업 형태로 농축과 재처리 과정을 공동 관리하자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속도 조절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간 5대 5 협력 등은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바 있으나 더 이상 논의가 진척되지는 않았다"고 밝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 "한국의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보 등 양국 간 원자력 분야 협력을 진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사항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 이른바 조인트 팩트시트를 바탕으로 미국 측과 지속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정상회담 이후 실무선에서 후속 협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고 있어, 당장 공동사업 성사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시설의 입지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장소는 크게 문제는 안 된다. 우리의 자율적 권한으로 농축과 재처리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디서 할 것이냐는 부차적 문제지만 가급적 국내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겠다"고 답해, 권한 확보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를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문제와도 연결해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명확하게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미) 원자력협정을 바꾸든지, 혹은 그 틀 안에서 건조를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미국 정부 내부에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 신중론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럼에도 미국 정부 일각에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며 "아마 핵무장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추측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체 핵무장론과 관련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전 세계에 우리는 핵무장 할 필요도, 의사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내 핵무장 논의가 자칫 미국 측의 경계를 자극해 원자력협정 개정과 핵추진잠수함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피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는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핵추진잠수함 사업 등 민감한 안보·외교 현안을 포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한미 간 실무 협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권한 범위와 공동사업 구조를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향후 한미 협의 진척 상황을 보며 국회 보고와 국내 여론 수렴 절차를 병행해나갈 방침이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등 관계 부처도 한미 원자력 협력의 세부 조건을 놓고 추가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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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트럼프대통령#한미원자력협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