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샷 공모전 연다…과기정통부, 아폴로급 혁신 R&D 찾는다
아폴로 달착륙에 비견되는 초도전적 연구개발 과제를 국민과 함께 찾는 국가 프로젝트가 가동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K문샷 프로젝트는 AI 신약개발, 청정에너지, 휴머노이드 로봇,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등 미래 전략기술 분야에서 기존 기술 한계를 뛰어넘는 연구 과제를 발굴해 국가 난제를 풀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전문가 기획에 더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해, 고위험이지만 성공 시 파급력이 큰 혁신 R&D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분수령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12월 16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한 달간 K문샷 프로젝트 대국민 공모전을 열고, 대한민국 미래를 바꿀 도전적 연구개발 아이디어를 접수한다. 문샷은 1969년 미국 항공우주국이 추진한 아폴로 달 탐사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당시 기술 수준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에 도전한 사례를 가리킨다. 현재는 기존 시야를 넘어서는 혁신 목표를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K문샷 프로젝트는 이 개념을 국가 R&D 전략에 접목해, 장기간·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기술과 난제 해결형 연구를 체계적으로 묶는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우선 기술 분야별 최고 전문가로 자문단을 꾸려 중점 투자 대상을 추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상 분야에는 AI 기반 신약 개발, 청정에너지, 가사와 돌봄을 동시에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희토류 사용량을 줄이는 첨단 소재·부품 기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등 주요 IT·바이오 융합 영역이 포함됐다. 예를 들어 AI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후보 물질 탐색과 독성·효능 예측을 인공지능으로 가속하는 플랫폼,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는 초저전력 고성능 컴퓨팅을 뒷받침할 신개념 메모리 구조가 과제로 거론될 수 있다. 특히 이번 공모는 전문가 중심 계획에 국민 아이디어를 결합해, 정책 결정 과정의 외연을 넓히는 시도로 평가된다.
공모 주제는 국가전략기술 관련 영역과 국가·사회적 난제 해결을 겨냥한 도전적·혁신적 연구개발 아이디어다. 과기정통부는 기후위기, 초고령화, 저출생, 팬데믹 대응, 디지털 격차 해소 같은 거대 난제를 포괄하되,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의 제안을 기대하고 있다. AI, 바이오, 반도체, 우주, 양자 등 전략기술 축과 연계된 제안이 다수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응모는 일반국민 유형과 연구자 유형으로 나뉜다. 일반국민 유형은 문제 정의와 해결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작성해, 기술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반면 연구자 유형은 연구 목표, 기술 수준, 필요 기간과 예산, 실현 경로까지 포함한 전문적 제안이 가능하다. 연구자가 일반국민 유형으로 제출하는 것도 허용되지만, 이 경우 연구자로서의 배경을 감안해 별도 기준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접수는 공모전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12월 16일부터 1월 15일까지 30일간 진행된다. 접수된 아이디어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다단계 심사를 거쳐 선별된다. 정부는 기술 난이도, 파급 효과, 도전성, 국가 전략과의 정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K문샷 프로젝트로 연계 가능한 후보를 추릴 방침이다. 선정된 우수 아이디어는 2026년 3월 중 발표되며, 시상과 함께 향후 정부 R&D 사업과의 연계 여부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시상 규모는 최우수상과 우수상으로 나뉜다. 일반국민 1건, 연구자 1건씩 총 2건이 최우수상으로 뽑혀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300만원을 받는다. 우수상은 일반국민 2건, 연구자 2건 등 4건을 선정해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상과 상금 100만원을 수여할 예정이다. 단순 아이디어 공모를 넘어 국가 R&D 어젠다 설정 과정에 참여했다는 상징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참가자에게는 정책 참여 경험이자 향후 협력 기회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과기정통부는 K문샷 프로젝트를 고위험·고보상형 연구개발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실패 확률이 높더라도 성공 시 국가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이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K문샷 프로젝트가 국가 미래를 바꿀 만큼 큰 파급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국민의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미래 전략기술 육성과 국가적 난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러한 문샷형 R&D가 실제 사업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장기 재정과 제도 설계의 일관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