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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세력과 결탁해 대의민주주의 훼손”…특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징역 4년 구형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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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로비 의혹을 둘러싸고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정면 충돌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금품 제공과 국민의힘 인사들에 대한 조직적 후원 의혹을 놓고 특검과 변호인 측의 공방이 결심공판에서 다시 한 번 맞붙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는 10일 업무상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본부장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재판부에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은 혐의별로 정치자금법 위반에 징역 2년, 횡령과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 등 나머지 세 가지 혐의에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양형을 합산해 총 4년을 요구한 것이다.  

 

특검팀은 최종의견 진술에서 윤 전 본부장의 행위를 정치세력과의 조직적 결탁으로 규정했다. 특검팀은 "통일교의 세력 확장과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정치세력과 결탁했다"며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이며 국민들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통일교 관련 청탁 창구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권 의원과의 관계를 통해 통일교 관련 현안 청탁을 시도했으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통일교 신도들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정치자금과 조직 동원을 매개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취지다.  

 

또 다른 축으로 특검팀은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를 거론했다. 특검팀은 전씨를 통로로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이 제공됐다며, 이른바 두 개의 경로를 통해 통일교 관련 현안을 해결하려 한 것으로 봤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본부장과 김 여사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전성배씨를 매개로 김 여사에게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 고가의 금품을 여러 차례 건넨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사업 지원, 통일교의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대통령 취임식 초청과 같은 통일교 교단 현안을 성사시키기 위한 대가성 제공이라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러한 행위가 단순 접촉을 넘어 제도권 정치에 종교단체의 이해를 조직적으로 관철하려 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또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는 통일교 소유 자금을 사적이고 정치적인 로비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변호인단은 검찰 최종의견 진술 직후 진행된 최종변론에서 특정 정당에만 지원한 혐의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통일교 행사 준비 과정에서 한 정파에 국한해 정치권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통일교의 평화주의 이념에 따라 여러 정파를 아우르려면 당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대선 후보가 참석하는 게 절실했다"며 "통일교가 어느 특정 정당에 접근한 건 아니라고 보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접촉은 교단 행사와 평화 메시지 확산을 위한 필요에 따른 것이었고, 로비나 대가성 거래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최측근으로,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맡아 교단 자금 집행을 총괄해 왔다. 통일교가 보유한 자금의 사용과 배분을 결정하는 핵심 위치에 있었으며, 동시에 정치권과의 연결 통로 구실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의 주장을 모두 들은 뒤 변론을 종결했다. 선고 기일은 추후 지정될 예정이다. 특검팀이 주장한 정치세력 결탁과 대의민주주의 훼손의 무게, 그리고 변호인 측이 강조한 특정 정당 편중 부재와 교단 이념에 따른 활동이라는 항변이 어떻게 평가될지가 관건이다.  

 

향후 선고 내용과 형량에 따라 통일교와 정치권의 관계,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금품 제공 의혹은 다시 정치권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여야가 관련 쟁점을 둘러싸고 추가 공방에 나설 경우 국회는 정치자금 투명성과 종교단체의 정치 개입 문제를 두고 또 한 차례 치열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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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김건희#통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