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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데이트도 카카오맵으로…연말 데이터로 본 생활 플랫폼 전략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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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데이터와 커머스, 콘텐츠를 결합한 생활형 플랫폼 경쟁이 연말 피크를 맞고 있다. 카카오가 지도 서비스 카카오맵과 커머스, 기부 플랫폼을 연동해 연말연시 특화 기능을 선보이며 ‘연말 슈퍼앱’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 길찾기나 메시징을 넘어, 맛집과 여행, 선물, 기부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사용 경험을 설계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데이터 기반 추천 고도화를 노린 행보로 해석된다. 업계는 이런 시도가 빅테크 간 생활 플랫폼 경쟁의 다음 단계 신호로 보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맵은 최근 전국 맛집 순위를 제공하는 트렌드 랭킹 메뉴에서 올해 연말 결산을 공개했다. 연말 결산은 올해 가장 인기가 많았던 지역별 톱100 맛집을 모아 보여주는 서비스로, 내년 1월 7일까지 제공된다. 검색 수를 기반으로 한 전국 1위는 서울 마포구 옥동식 서교점이 차지했다. 이 매장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에 뉴욕에 간 돼지곰탕이라는 닉네임으로 출연한 옥동식 요리사가 운영하고 있어 온라인 화제성과 검색 데이터가 맞물린 사례로 꼽힌다. 부산 수영구 동경밥상, 제주 아라찐빵, 대전 서구 가마솥튀김닭 아자자야채치킨 등 지역별 인기 매장도 함께 순위에 포함됐다.

카카오맵은 맛집 랭킹을 넘어 연말연시 여행 콘셉트의 테마지도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인증샷 명소, 해돋이 명소, 인기 숙소 및 온천 등 연말에 수요가 집중되는 장소를 묶어 보여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지금 가장 반짝이는 카페들을 주제로 서울 성동구 빌라1990, 경기 성남시 무궁화파이브 등이 소개됐다. 검색 데이터와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특정 시기, 특정 목적에 맞는 장소를 묶어내는 큐레이션 기능이 실제 사용자 동선과 소비 패턴을 바꿀 수 있는 지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맵은 사용자 경험을 높이기 위한 인터페이스 변화도 적용했다. 31일까지 카카오맵에서 길찾기를 실행하면 지도 위 도착지 표시에 루돌프와 트리로 변신한 캐릭터 춘식이가 무작위로 등장해 계절감을 더한다. 초정밀 지하철 정보와 장소 상세 페이지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몄다. 지도 위 지하철 선로를 확대하면 트리, 루돌프, 산타 모자를 쓴 열차 아이콘이 등장하고, 음식점, 성당, 교회, 숙박시설 등 특정 장소를 선택하면 상세 페이지에서 산타 또는 루돌프 춘식이가 무작위로 노출된다.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지만, 지도 서비스 체류 시간을 높이고 이용 빈도를 끌어올려 추가적인 데이터 축적과 광고·상점 노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말 소비 수요를 겨냥한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톡딜, 예약하기 연동 전략도 주목된다. 선물하기는 26일부터 31일까지 12월 쟁쟁한특가를 열고 나에게 선물 수요에 맞춘 행사로 포지셔닝했다. 행사 기간 매일 오전 10시 데일리 4종 쿠폰팩을 발급해 배송 상품과 교환권 상품 구매 시 단계별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더불어 매일 오전 10시 새로운 특가 상품을 공개하는 24시간 타임특가를 운영해 투썸플레이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BHC, BBQ 등 주요 교환권 브랜드를 특가에 내놓고 연말연초 시즌에 맞춘 큐레이션 상품을 함께 제시한다. 커머스 업계에서는 메시징 플랫폼에 축적된 소셜 그래프와 선물 내역 데이터를 활용하면, 개인별 맞춤형 선물 추천 정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톡딜은 내년 1월 3일까지 톡딜 연말결산을 진행 중이다. 한 해 동안 이용자 관심이 높았던 상품을 중심으로 카테고리별 어워즈 형태로 구성하고, 3만원 이상 구매 시 장바구니 쿠폰과 카카오페이 추가 할인 등 카테고리별 혜택을 제공한다. 이는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기 상품을 재노출하고, 가격 인센티브를 결합해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데이터 기반 프로모션 구조로 평가된다. 특히 개별 사용자별 선호 브랜드, 가격대, 구매 시간대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향후 알고리즘 기반 추천과 개인화 마케팅 정교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 예약하기는 오프라인 여가·레저 수요를 흡수하는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연말까지 오크밸리, 휘닉스파크 등 주요 스키장과 눈썰매장을 운영하는 숙소를 할인가로 판매하고 있다. 원마운트 스노우파크는 최대 53퍼센트, 워터파크는 최대 63퍼센트 할인율을 내걸었다. 뮤지컬 장화신은 고양이, 100층짜리 집, 푸른사자 와니니, 비하인드 더문 등의 공연 티켓도 최대 66퍼센트까지 할인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예약 데이터와 위치 기반 데이터를 함께 확보해 향후 여행, 공연, 레저 추천 서비스에 재활용할 수 있어, 지도와 메신저, 커머스가 연결된 폐쇄형 데이터 생태계를 강화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과 연말 정서에 맞춘 기부 캠페인도 병행됐다.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는 24일까지 연말 기부 캠페인 따뜻한 연말, 트리를 부탁해를 진행했다. 카카오톡 채팅방 메시지 입력, 한정판 이모티콘 구매, 모금함 응원하기와 기부하기 등 다양한 디지털 행동을 통해 트리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채팅방 메시지 입력의 경우 사용자가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따뜻한 연말을 입력하고 카카오 기부 버튼을 누르면 카카오가 100원씩 기부하도록 설계했다. 별도의 결제 과정을 최소화해 참여 허들을 낮춘 구조다.

 

한정판 이모티콘은 슈야, 망그러진곰, 토심이, 와다다곰 등 인기 캐릭터 4종 협업으로 제작됐다. 이용자가 이모티콘을 구매할 때마다 카카오가 수익금 2000원 전액을 기부하는 구조를 적용했다. 모금함 응원하기의 경우 모금함에 응원, 공유, 댓글만 남겨도 카카오가 100원을 대신 기부하도록 설계해, 사용자의 간단한 참여 행동이 자동으로 기부로 전환되도록 했다. 캠페인은 이달 10일 시작됐으며 채팅방 메시지 입력과 한정판 이모티콘 구매 방식은 21일 우선 종료됐다. 총 모금액은 약 1억200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플랫폼 참여를 곧바로 기부액으로 연결하는 구조여서, 사회공헌 활동이 동시에 트래픽과 서비스 이용 촉진 수단으로 작동하는 이중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도와 메신저, 결제, 커머스를 통합하는 생활형 슈퍼앱 경쟁이 이미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지도 기반 광고와 위치 데이터 분석 서비스가,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메신저와 결제를 중심으로 한 초앱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맵과 카카오톡을 연계해 연말 데이터를 축적하고, 맛집과 여행, 선물, 기부 영역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집중 전개함으로써 국내 생활 플랫폼 주도권을 공고히 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산업계는 카카오의 연말 전략이 실제 사용자의 생활 패턴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 수 있을지, 그리고 축적된 데이터가 향후 위치 기반 광고와 개인화 추천 고도화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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