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 일본에 이익 안 된다고 인식하는 듯"…통일연구원, 일본 여론 경고
한반도 평화를 둘러싼 국제 여론 중 일본 변수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통일연구원 조사에서 일본 국민은 외교·경제·군사 부문 모두에서 한반도 평화 지원 의향이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고, 남북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미국 등 다른 서방 국가보다 확연히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연구원은 30일 2025 글로벌 통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일본 국민의 한반도 평화·통일 관련 인식이 다른 주요국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는 일본, 몽골, 미국,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스웨덴, 폴란드 등 8개국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에 동의하는 일본인은 36.7%로 집계됐다. 조사에 포함된 8개국 가운데 최저 수치다. 외교적 지원은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단으로 꼽히지만, 일본을 제외한 7개국에선 동의 비율이 63.8%에서 76.6% 사이로 나타나 일본과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경제적 지원 의향은 더 낮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경제적 지원에 동의한다는 일본인은 25.8%에 머물렀다. 반면 일본을 제외한 7개국 국민은 최소 40.8%에서 최대 63.8%까지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군사적 지원에 대해서는 일본의 소극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일본인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군사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2.7%에 그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2기 출범 이후 고립주의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미국에서도 한반도 평화에 군사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52.1%였다는 점과 대비된다.
남북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 격차도 분명했다. 몽골, 미국, 독일, 캐나다 국민은 과반이 통일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탈리아, 폴란드, 스웨덴에서도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0%를 넘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남북통일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29.3%에 그쳤다. 조사에서 통일 필요성 질문은 매우 그렇다와 다소 그렇다 응답을 합산해 동의 비율로 산출했다.
신뢰도 항목에서도 일본의 태도는 예외적이었다. 남한에 대한 신뢰도를 5점 만점 척도로 물었을 때, 일본을 제외한 7개국 국민은 모두 평균 3점 이상으로 응답했다. 그러나 일본인의 남한 신뢰도는 2.65점으로 3점 미만이었다. 북한에 대한 신뢰도는 8개국 모두에서 3점 미만으로 떨어졌다.
연구진은 "일본은 남한을 북한보다 상대적으로 더 신뢰하지만 큰 틀에서 남북한 모두를 신뢰도가 낮은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 모두에 대한 전반적 불신이 일본의 소극적 태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연구책임자인 이상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한미일 안보 공조와 일본 여론 사이의 간극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한 노력에도 일본 여론의 호응도는 저조하다"며 "우리가 먼저 물컵의 반을 채우면 일본이 따라서 나머지 반을 채울 거라는 기대는 섣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 내 통일 이익 인식 부족을 구조적 요인으로 꼽았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국민은 남북통일이 일본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며 "통일에 주변국의 지지가 필요하므로 우리의 통일공공외교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반도 통일이 일본 안보와 경제, 동북아 안정에 미칠 긍정적 효과를 적극 설명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통일연구원은 글로벌 통일인식조사를 세계 시민의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여론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국가별 맞춤형 통일공공외교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조사는 지난해 시작됐다.
올해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의뢰해 8월 11일부터 18일까지 실시했다. 미국인 약 2천 명과 일본 등 나머지 7개국 국민 각 1천 명가량을 표본으로 추출해 총 9천519명이 참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미국 ±2.2%포인트, 나머지 국가는 ±3.1%포인트다.
정부와 외교 당국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 여론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연계한 통일공공외교 전략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도 향후 남북관계 및 한미일 안보협력 논의 과정에서 주변국 여론 변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