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정책 공동 대응” 한미, 경제안보·공급망에서 대중 견제 강화 논의
[경제안보 경쟁]과 [한미 동맹]을 둘러싼 물음은 이번 정국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미가 워싱턴DC에서 경제·안보 협력 채널을 가동하며 중국 견제와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는 10일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10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열고 경제안보 후속 조치 이행 상황과 주요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과 제이콥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참석했다.
SED는 양국 외교당국이 차관급으로 참여해 포괄적 경제협력을 다루는 정례 협의체다. 양국은 그동안 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를 동맹의 핵심 축으로 격상해 왔고, 이번 회의는 그 후속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양측은 이번 협의에서 한미 공동의 경제안보 조치를 강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양 차관은 집단 경쟁력을 유지하고 안전한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경제 및 국가 안보 차원의 공조를 어떻게 강화할지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는 양 차관이 불공정하고 비시장적인 정책과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그동안 중국의 산업 보조금, 기술 이전 강요 등 비시장적 조치를 문제 삼으며 동맹국에 공동 대응을 요청해온 만큼, 이번 협의에서도 대중 견제 공조가 핵심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맞물려 미국은 12일 헬버그 차관 주재로 한국을 포함한 7개 유사 입장국과 함께 인공지능 AI 분야 주요 공급망 안정을 논의하는 팍스 실리카 서밋을 개최할 예정이다. 팍스 실리카 서밋은 반도체와 핵심광물 등 AI 관련 핵심 산업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적 시도로 평가된다.
양측은 또 분쟁 지역의 경제적 안정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양국의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했다. 국무부는 이 논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항구적 평화 지지를 명분으로 추진해온 평화 구상과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헬버그 차관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 평화 구축 노력이 진행 중인 지역을 거론하며 재건 과정에서 한국이 기여해 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제안보 관련 약속들도 다시 확인했다. 특히 원자력 분야 후속 조치가 재차 거론됐다. 김진아 차관은 SED 참석차 미국에 입국하면서 한국 취재진에게 “우리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관련해서 미국과 합의한 바가 있기 때문에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는 것을 미국 측에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이 민감한 핵연료 주기를 둘러싼 기술·제도 협의를 어떻게 구체화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국무부는 또 양측이 미국 제조업 분야에 대한 한국 정부와 민간의 투자 현황을 점검하고, 한국 기업인의 미국 방문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과 비자, 인허가 등 실무적 난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가 동맹 협력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현장 애로 해소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된 셈이다.
한미가 경제안보 협의 채널을 통해 대중 견제와 공급망 재편 의제를 전면에 올리면서 정치권과 산업계 파장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AI와 반도체, 핵심광물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 축소 전략이 가속화될 경우 우리 기업의 투자 방향과 기술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는 향후 SED를 비롯한 양자·다자 협의체를 활용해 경제안보와 공급망 문제를 정례적으로 점검하고, 정상회담 합의 사항 이행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정치권은 경제안보 전략과 대중 정책을 둘러싸고 추가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커 향후 국회 차원의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