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불법유통 막을 ‘대학생 감시망’…산업 현장까지 확산
개인정보 불법 유통을 겨냥한 상시 감시망이 대학생 참여를 통해 산업 현장까지 확장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운영한 2025년 개인정보 불법유통 대응 대학생 모니터링단이 5개월간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불법 거래 정황을 추적한 결과다. 최근 유통사와 통신사 해킹 파문으로 데이터 유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모니터링 체계에 시민 참여 방식이 결합되며 디지털 개인정보 보호 생태계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불법 거래 적발뿐 아니라 플랫폼 인터페이스와 서비스 구조 개선 제안까지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2일 2025년 개인정보 불법유통 대응 대학생 모니터링단 해단식을 열고 올해 활동 결과를 공유했다. 올해 모니터링단에는 대학생 50명이 참여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중고거래 플랫폼, 에듀테크 서비스 등에서 개인정보 불법유통 게시물을 집중 탐색했다. 그 결과 온라인상에서 총 7774건의 불법유통 게시물이 탐지돼 관계기관에 신고되거나 자율 시정 조치로 연계됐다. 개인정보위 위원장상과 인터넷진흥원 원장상이 우수 활동자에게 수여되면서, 개인정보 보호 분야를 진로로 삼으려는 청년층의 참여 동기도 자극했다.

모니터링단 활동의 특징은 단순 신고를 넘어 서비스 설계와 정책 개선 제안까지 포함됐다는 점이다. 대국민 서비스인 털린 내 정보 찾기에 대해 이들은 실제 사용자 경험을 토대로 정보 조회 범위 확대를 요구했다. 현재보다 더 다양한 사이트와 유출 경로를 연동해 검색 범위를 넓히고, 데이터 시각화 방식을 도입해 어떤 정보가 언제, 어디에서 유출됐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고령층 이용자를 고려한 화면 구성, 글자 크기, 안내 문구 단순화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에듀테크와 중고거래 서비스에서 발견된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미비 사례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모니터링단은 학습 기록과 위치 정보, 학부모 연락처 등이 과도하게 수집되거나, 충분한 설명 없이 제3자 제공에 동의하도록 유도하는 패턴을 다수 포착했다. 일부 중고거래 서비스에서는 미성년자의 실명, 학교 정보, 연락처가 게시글이나 댓글에 노출된 사례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모니터링단은 연령별 맞춤형 고지 화면 도입, 미성년자 계정의 개인정보 자동 비식별화, 보호자 동의 절차 강화 등 개선 방안을 개인정보위와 인터넷진흥원에 전달했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이번 활동이 개인정보 보호 규정의 현장 적용 실태를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법과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원칙이 실제 서비스 화면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 설명 의무와 동의 절차가 어느 지점에서 사용자 친화성과 충돌하는지를 대학생 시각에서 구체적인 사례로 제기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층과 청소년처럼 디지털 격차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보호장치가 서비스별로 편차가 크다는 점은 향후 제도 보완 논의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모니터링단은 또 주요 IT 기업과 유관기관을 방문해 산업 현장의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직접 체험했다. 데이터 보안 인프라, 사내 개인정보 관리 규정, 침해 사고 대응 프로세스 등을 견학하고, 이와 연계한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현업 실무자와 토론했다. 이를 통해 참여 학생들은 예비 개인정보 보호 전문가로서 필요한 역량과 역할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장기적으로는 이들이 기업과 공공기관에 진출해 내부 준법 문화를 확산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개인정보와 AI 학습데이터를 둘러싼 규제가 빠르게 고도화되는 흐름이다. 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과 AI 법안, 주요국의 데이터 국경 통제 정책 등으로 인해, 개인정보는 규제 대상이자 전략 자산으로 동시에 다뤄지고 있다. 한국 역시 개인정보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중심으로 제도 정비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 대학생 모니터링단과 같은 참여형 감시 체계가 공백 구간을 메우는 보조 수단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내부 통제뿐 아니라 외부 감시와 시민 감수성 반영이 기업 신뢰도와 직결되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유통사와 통신사 해킹 사례를 언급하며 최근 개인정보 불법유통에 대한 국민 불안을 강조했다. 그는 모니터링단 활동이 국민 인식을 높이고 개인정보 보호 문화를 확산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모니터링단원이 앞으로도 생활 속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실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산업계와 정부, 시민이 함께 구축하는 다층적 보호망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IT·바이오 업계도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