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허브 PC방 실험”…T1, 해운대 거점 확장으로 오프라인 공략
e스포츠 산업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체험 거점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T1이 PC방을 매개로 한 복합 문화 플랫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게임 이용 공간을 넘어 브랜드·경기 관람·선수 육성·IP(지식재산) 소비까지 한 번에 경험하게 하는 전략으로, 향후 e스포츠 산업의 수익 구조와 팬덤 운영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T1의 이번 시도가 국내 e스포츠 프랜차이즈 경쟁의 분기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e스포츠 전문 기업 T1은 5일 PC방 브랜드 T1 베이스 캠프의 두 번째 지점을 12일 부산 해운대에 연다고 밝혔다. 1호점인 홍대점에 이어 선보이는 부산점은 T1 BASE CAMP의 공식 2호점이다. TBC는 기존 PC방 모델을 확장해 T1의 브랜드와 e스포츠 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한다.

T1은 브랜드명에 베이스 캠프를 채택해 T1과 e스포츠 팬들을 위한 거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약칭 TBC에는 To Be Continued라는 중의적 메시지를 부여해, 지속적인 도전과 성장의 상징으로 설정했다. 온라인 경기 시청에 머물던 팬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끌어와, 장기적인 커뮤니티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부산점 입지는 e스포츠 상징성에 맞춰 선정했다. T1은 홍대 1호점에 이어 두 번째 거점으로 수많은 명경기를 배출해 온 도시 부산을 택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해운대 구남로 중심 상권에 자리를 잡아, 수도권을 넘어 전국 팬들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방 광역권 코어 상권에 브랜드 허브를 배치해 지역 단위 팬덤을 직접 공략하는 e스포츠 업계의 대표적 시도로 해석된다.
공간 콘셉트는 요새로 설계했다. T1은 TBC 부산점을 T1의 역사를 담아내고 현재의 격전지를 조망하며 미래의 e스포츠 인재를 준비하는 핵심 브랜드 허브로 규정했다. 공간 디자인도 체류형 경험을 염두에 뒀다. 직선적이고 개방형 구조였던 홍대점과 달리 부산점은 곡선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공간을 탐험하게 하는 원형 구조를 채택했다.
시각 아이덴티티는 T1의 상징인 블랙과 레드를 기반으로, 미래지향적 화이트 톤 조명과 소재를 더해 구성했다. 브랜드의 정통성과 혁신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려는 시도다. 전문 인테리어 설계를 통해 경기 관람, 게임 플레이, 굿즈 소비, 식음료 경험이 동선 상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서비스 구성은 1호점의 검증된 요소를 계승하면서도 부산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더했다. 기존의 최고급 사양 PC존과 T1 공식 굿즈 스토어 T1 Shop, e스포츠 대회와 이벤트 운영이 가능한 T1 Arena, 프라이빗 룸인 T1 AZIT, Team Box, Duo Room, T1 포토부스 구성은 유지한다. 여기에 국내 e스포츠 업계 최초로 T1 PUB을 신규 도입해 브랜드 경험 범위를 확장했다.
T1 PUB과 PC 카페에서는 선수 시그니처 메뉴와 T1 IP를 활용한 식음료를 제공한다. 경기 관람과 팬 모임 중심으로 소비되던 e스포츠 문화를 F&B와 결합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IP 기반 부가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이는 콘텐츠 기업이 오프라인 리테일과 외식업을 결합해 팬 커뮤니티를 고정 수요로 전환하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T1은 TBC를 단순 상업 공간이 아닌 인재 양성 플랫폼으로도 활용한다. T1 e스포츠 아카데미와 연계해 차세대 e스포츠 인재 발굴의 요람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TBC 부산점에서는 아마추어 대회와 더불어 T1 3군 선발전을 포함한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잠재력 있는 신예들에게 프로 데뷔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학원형 아카데미와 실전형 경기장을 결합해 지역 기반 유망주를 조기 발굴하는 구조다.
이 같은 모델은 온라인 래더 경기나 단기 오디션 위주였던 기존 선발 방식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 PC방 대회를 통해 경기 운영, 팀워크, 현장 대응 능력을 직접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역 아마추어 씬을 활성화해 e스포츠 저변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T1은 부산점을 통해 비즈니스와 브랜드 전략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하면 팬 데이터 수집, 고객 동선 분석, 콘텐츠 소비 패턴 파악이 용이해진다.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이벤트, 굿즈 기획, 아카데미 과정 설계가 가능해져 IP 비즈니스 고도화에도 도움이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e스포츠 팀이 자체 경기장과 체험 공간을 운영하며 팬과 접점을 늘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홈구장 콘셉트의 소규모 아레나와 팬 라운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등장했다. T1의 TBC는 이를 한국식 PC방 문화와 결합해, 보다 일상적인 접근성을 가진 형태로 재해석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안웅기 T1 최고운영책임자는 부산점이 단순한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라 팬들이 모여 함께 게임을 즐기고 응원하며 T1 콘텐츠를 중심으로 교감하는 새로운 형태의 e스포츠 허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권을 넘어 전국 단위로 T1 브랜드 경험과 e스포츠 문화를 확장하는 데 부산점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BC 부산점은 오는 10일부터 가오픈 형태로 전 공간을 공개하고, 다양한 온오프라인 연계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업계에서는 PC방과 아카데미, F&B, IP 비즈니스를 결합한 T1의 복합 모델이 실제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입증할 경우, 다른 e스포츠 팀과 게임사들의 유사한 오프라인 허브 전략을 촉발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