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데이터 공백에 위험 회피 확산”…뉴욕증시, AI 회의론 속 나스닥 약세 전망 부담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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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5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정부 셧다운에 따른 경제 데이터 공백과 인공지능(AI) 투자 회의론이 겹치며 뉴욕증시 전반에 피로감이 부각됐다. 연말로 갈수록 달러 약세와 안전자산 선호가 짙어지는 가운데, 기술주 일부의 강세만으로는 지수 전체를 떠받치지 못하는 구조적 균열이 다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흐름은 미국 자산 가치 재평가와 글로벌 위험 선호 약화라는 더 큰 맥락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드워드 존스가 15일(현지시각) 애프터마켓 보고서에서 지적했듯, 장 초반에는 지난주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를 추세 전환 신호가 아니라 단기 반등으로 간주하며 오히려 차익 실현에 나섰고, 그 결과 주요 지수는 장 마감으로 갈수록 약세폭을 키웠다. 단기물 국채 금리가 하락하며 채권 가격이 반등했음에도 주식시장에서는 위험 회피 심리가 우위를 보였고, 금과 같은 안전자산 선호는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톱스타뉴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톱스타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15일 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8,416.56으로 마감하며 소폭 하락했다. S&P500 지수는 6,816.52로 약세 흐름을 이어갔고,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종합지수는 23,057.41까지 밀리며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나스닥의 하락폭이 확대되자 시장 불안 심리가 자극됐고, 반발 매수세보다 매도 대기 물량이 우위를 보이는 모습이 뚜렷했다.

 

지수 내부를 들여다보면 기술주 간 온도차가 두드러졌다. 브로드컴은 AI 투자 회의론의 상징처럼 급락세를 이어가며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에 부담을 줬다. 반면 엔비디아는 제한적이지만 상승 흐름을 유지하며 핵심 AI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방어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고, 이들이 나스닥 지수 하락의 주요 압력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의료·헬스케어, 필수소비재 등 방어적 업종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며 위험자산에서 방어자산으로의 자금 이동 방향을 드러냈다.

 

최근 한 달간 흐름을 보면 변동성의 축이 더욱 뚜렷해진다. 엔비디아는 11월 중순 이후 18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방향성을 모색했고, 애플은 270달러 후반대에서 정체 국면을 이어갔다. 반면 테슬라는 콘크리트 성장 기대와 개별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꾸준한 우상향 흐름을 보이며 12월 15일 기준 475.19달러까지 상승했다. 지수 차원에서는 나스닥이 고점 대비 조정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개별 종목 중심의 차별화 장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 뚜렷해졌다.

 

국내 개인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의 미국 증시 투자 패턴에서도 이러한 선별적 위험 선호가 확인된다. 한국 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12월 12일 기준 미국 증시 상위 50개 종목에 대한 보관금액 총액은 180조 3,521억원으로 이전 집계일 대비 감소했다. 15일 종가 기준과의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단기적인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수 조정과 함께 자금이 일부 이탈하거나 대기성 자금으로 이동하는 양상이 뚜렷하다는 의미다.

 

종목별로는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행보가 대조적이다. 테슬라는 12월 12일 기준 보관금액이 41조 9,683억원으로 늘어나 주가 급등과 함께 보관액도 동시에 확대됐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까지 더해지면서 서학개미의 공격적 포지셔닝이 확인됐다. 전기차 시장 성장 스토리와 자체 기술 경쟁력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강하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반면 엔비디아는 주가가 소폭 상승했음에도 보관금액이 감소했다. 이는 가격 반등 국면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비중 조절에 나섰음을 시사하며, AI 업종 전반을 둘러싼 신중론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이온큐와 브로드컴, 반도체 관련 ETF에서 보관금액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AI와 반도체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투자보다는, 성장 모멘텀이 명확한 개별 종목에만 선택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학개미의 미국 증시 전체 보관금액 추이도 변곡점을 보여준다. 11월 말까지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12월 중순 들어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12월 12일 집계된 보관금액 감소는 같은 시기 뉴욕증시 지수 조정과 맞물린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볼 수 있고, 이를 장기적인 이탈 움직임으로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월별 흐름상 10월 고점을 찍은 이후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인식해야 할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제 금융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통계·지표 발표 공백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선 관련 불확실성과 함께, 시장이 의존할 수 있는 경제데이터의 부재가 ‘데이터 기반 투자’ 전략의 효용을 떨어뜨리면서 관망 심리를 키우는 양상이다. 금리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한 예측도 오차 범위가 커진 만큼,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미국 유력 매체들은 최근 뉴욕증시 흐름을 두고 “AI 랠리의 피로감과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며 시장이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EU)과 아시아 금융시장에서도 미국발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일부 국가는 자국 통화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선제적 정책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뉴욕증시가 기술주 강세와 광의 시장 약세라는 이중 구조 속에서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AI 투자 회의론, 미국 정부 셧다운 장기화 우려, 연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지수 전반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종목별·섹터별 차별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번 조정 국면이 단기 소강으로 끝날지, 아니면 미 자산 전반의 재평가를 촉발하는 전환점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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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나스닥#테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