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성추행 유죄"…박완주 전 의원 징역 1년 확정, 5년간 취업금지
권력형 성폭력 논란과 사법 판단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자 3선 중진이었던 박완주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내려지면서, 정치권 내 성범죄 대응과 2차 피해 방지 논의가 다시 불붙는 양상이다.
대법원 1부는 12월 11일 강제추행치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의원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법원은 박 전 의원의 강제추행과 명예훼손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과 강제추행치상 부분은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박 전 의원은 2021년 12월 9일 서울 영등포구 한 노래주점과 인근 주차장에서 당시 자신의 수석보좌관으로 근무하던 A씨를 강제추행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우울증 등 정신적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2022년 4월 A씨가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 관련 사실을 신고하자 보좌관 면직을 시도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같은 해 5월 지역구 관계자들에게 A씨가 합의를 시도했다고 알리며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추가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강제추행과 명예훼손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박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당시 "전직 3선 의원으로 자신의 수석보좌관으로 근무하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추행했고, 피해자와 내밀하게 진행하던 합의 시도를 공공연하게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는 약 9년간 헌신적으로 보좌해온 피고인의 강제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지난 8월 1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항소심은 "피고인은 진정한 사과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수사기관과 법정에 이르기까지 무고 주장을 반복해 피해자가 더 고통받았다"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범행 내용, 범행 후 태도에 비춰보면 죄책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반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는 이미 보좌관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것을 마음먹었고,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피해자에 대해 직권면직을 요청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고,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정신적 상해가 강제추행 행위 자체보다 이후 피고인의 대처 방식과 태도에 의해 심화됐다고 보고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나 심리 부족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 유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진술의 신빙성, 명예훼손의 공연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박 전 의원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강제추행과 명예훼손에 대한 실형과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 5년간 취업을 금지한 원심의 부가 명령도 그대로 확정됐다.
박 전 의원은 1심 선고 직후 법정에서 구속됐으나, 지난 7월 보석이 허가돼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및 상고심 재판을 받아왔다. 2심 재판부는 박 전 의원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보석을 유지했다. 형이 확정됨에 따라 검찰은 박 전 의원에 대한 형 집행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며, 박 전 의원은 다시 수감돼 징역 1년의 실형을 채워야 한다.
정치적 책임 문제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진 2022년 5월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 조치됐다. 당 지도부는 당시 성비위 의혹을 중대 사안으로 보고 신속히 징계 절차를 진행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형사 책임이 확정되면서, 정치권 내 성비위 사건 대응 기준과 징계 수위, 재출마 제한 등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피해자 A씨는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박 전 의원과 정치권을 향한 메시지를 던졌다. A씨는 "피고인은 끝까지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법정 안팎에서 뻔뻔한 거짓을 되풀이했고 책임을 부정하는 말과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권력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이 어떻게 가해자의 편에서 왜곡되고 피해자가 얼마나 쉽게 고립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나아가 "이 판결이 한 정치인의 범죄를 인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며 "권력형 성폭력의 피해자가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고 자신의 일상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전 의원을 향해 "정치적·사법적 책임을 넘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건의 형사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향후 정치권 내 유사 사건 처리 기준과 2차 피해 방지 장치 마련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와 각 정당은 권력 관계에서 벌어지는 성범죄에 대한 징계와 예방 대책을 재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며, 관련 제도 정비 논의 역시 다음 회기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