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가 20.80% 급등…호반발 경영권 분쟁 기대에 산업은행 EB 상환 겹호재
12일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가가 경영권 분쟁 재점화 기대와 재무구조 개선 호재가 동시에 부각되며 급등했다. 단기적으로는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 가능성이, 중장기적으로는 교환사채 상환과 저비용항공사 통합 로드맵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진칼이 실적보다 이벤트에 연동되는 장세에 들어선 만큼 단기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12일 금요일 장 마감 기준 한진칼은 전 거래일(110,600원)보다 23,000원(20.80%) 오른 13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1월 12일 102,000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상승률이 31%를 넘겼다. 장중 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를 중심으로 매수 주문이 집중됐고,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발행했던 3,000억 원 규모 교환사채를 전액 상환했다는 소식이 겹치며 급등세에 불을 지폈다. 한진칼은 현재 호텔업 40.1%, 임대업 30.38% 비중을 주요 수익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분석] 한진칼, 호반발 경영권 분쟁 기대감에 하루 만에 20.80% 폭등… 산업은행 EB 전액 상환 '겹호재' (출처:네이버증권)](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2/1765544901518_72235166.jpg)
수급 측면에서는 이른바 스마트 머니로 불리는 외국계 자금 유입이 눈에 띄었다. 이날 외국계 창구 골드만삭스는 6만 9백여 주를 순매수하며 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관투자가도 5만 9천여 주를 순매수해 상승 흐름을 뒷받침했고, 외국인 전체로는 2만 2천여 주 순매수를 기록했다. 하루 거래량은 84만 5천여 주로 평소의 약 10배 수준으로 폭증하며 강한 손바뀜이 동반됐다.
기간별 매매동향을 보면 최근 한 달 동안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매 방향이 수시로 뒤바뀌며 매매 주체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12월 11일에는 기관이 5만 6천여 주를 대량 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5만 7천여 주를 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20% 중반대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지분 경쟁 이슈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관심이 꾸준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가총액 기준 위상도 높아졌다. 한진칼은 상장주식 수 6,676만 주, 시가총액 약 8조 9,194억 원을 기록해 코스피 70위권 대형주 그룹에 속한다. 이날 주가 등락률 20.80%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항공업종 비교군 평균 등락률 10.12%를 크게 웃돌았다. 주요 자회사 대한항공의 개선된 실적에 힘입어 한진칼의 2024년 예상 영업이익률은 16.84%로 추정되며,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밸류에이션 지표는 여전히 지주사 할인이 작동하는 모습이다. 한진칼의 주가수익비율 PER은 10.21배로, 동일 업종 평균 PER 77.65배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 지분율은 20.61%로 대한항공 30.71%보다는 낮지만, 저비용항공사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시장에서는 지주사 구조 특성상 자회사 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일정 부분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재무 구조는 업계 최상위권으로 평가된다. 2024년 기준 예상 매출액은 2,922억 원, 영업이익은 492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영업이익률은 16.84%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26.98%, 당좌비율은 78.77%로 나타나 보수적인 차입 구조와 양호한 유동성 지표를 동시에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배주주 기준 2024년 예상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16.75%로, 자본을 활용한 이익 창출력이 높은 편이다.
실적 흐름도 개선세가 뚜렷하다. 2021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99억 3천만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2024년에는 491억 9천만 원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배당수익률은 0.27%로 업종 평균을 하회해 향후 주주환원 정책 강화 여부가 주주 가치 제고의 관건으로 거론된다.
이번 급등의 직접적인 기폭제는 호반그룹과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 부각이다. 호반그룹은 이미 한진칼 지분 18.46%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최근 호반그룹이 다른 기업 지분을 매각해 수천억 원대 현금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자금이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에 투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됐다. 시장에서는 호반 측이 지분을 더 늘릴 경우 조원태 회장 측과의 지배력 경쟁이 본격화하고, 과거 고려아연 사례처럼 경영권 분쟁 이슈 자체가 주가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주목하고 있다.
교환사채 전액 상환도 지배구조 리스크 완화 요인으로 받아들여졌다. 한진칼은 산업은행을 상대로 발행했던 3,000억 원 규모 교환사채를 만기 전에 전액 상환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를 외부 금융기관의 지배력 개입 가능성을 줄이고, 지주사의 재무 건전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했다. 특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의 안정성 확보는 핵심 변수로 꼽혀 왔다.
한진그룹이 발표한 저비용항공사 통합 계획도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다. 그룹은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3개 LCC를 2027년 1분기 내에 진에어 중심으로 통합하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노선 중복 해소, 항공기 운영 효율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 등이 기대 효과로 제시됐다. 시장에서는 통합 시너지가 대한항공과 LCC 전체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지주사 한진칼의 브랜드 사용료 및 배당 수익 기반도 강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재 한진칼 주가는 실적과 업황보다는 경영권 분쟁 관련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면이라는 평가가 많다. 호반그룹의 추가 지분 매입 여부, 조원태 회장 측의 우호 지분 확보 수준,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의 관계 구도 변화가 단기 주가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투자전략 측면에서는 이날 급등으로 형성된 12만 원대 가격대가 단기 지지선 역할을 하는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낙관 시나리오로는 호반 측의 추가 매입 공시 등 지분 경쟁 심화 조짐이 가시화될 경우 52주 최고가 165,000원 돌파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반대로 지분 경쟁이 소강 국면에 들어가거나 경영진 측의 방어가 우세해질 경우,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물량 출회로 11만 원대까지 되돌림이 나타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경영권 분쟁 이슈가 단기간 초과수익을 노리는 이벤트 드리븐 수급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이슈 해소 시 급격한 주가 조정 위험도 키운다고 지적한다. 현재 주가에는 상당 수준의 기대감이 선반영된 만큼, 추가 매수보다는 지분 공시 등 핵심 이벤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변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지분 구조 변화와 아시아나항공 인수·LCC 통합 진행 상황이 한진칼 주가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