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정원과 우주 기지”…고흥, 과학과 자연이 만나는 여행지
여행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익숙한 명소 대신, 이제는 오직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와 감각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고흥은 그런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파란 바다와 햇살, 원시 정원과 우주로 향하는 꿈까지, 삶의 리듬을 달구는 경험이 이 작은 해안 도시 곳곳에 숨어 있다.
요즘 SNS에는 고흥 쑥섬의 돌담길과 수국, 나로우주센터 앞에서 남긴 ‘별이 가득한’ 인증샷이 이어진다. 커피 한 잔 곁들여 마주한 고요한 섬 풍경, 과학관에서 만난 로켓 실물 앞 감탄, 그리고 팔영산의 여덟 봉우리 위에 올랐을 때 느끼는 해방감까지.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곳이 없다. 6~7월 수국이 만개한 쑥섬 정원과 고흥 신선한 재료로 만든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해돌마루카페, 고흥반도 끝 에스프레소 바 mkr coffee까지, 여행자는 걷고 머물며 자연스럽게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돌아온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여행업계 집계에서 ‘고흥’은 20대부터 60대 중장년까지 남해안 프리미엄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나로우주센터와 쑥섬, 카페, 산행지 중심의 개별 여행 수요가 증가하며 숙박 예약률도 상승세다. 고흥군에 따르면 가족 단위 체험관람객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
모든 세대에 어울리는 여행지라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아이들은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서 미래의 꿈을 키우고, 부모는 바다와 산에 기대어 잠시 자신을 돌본다. 트렌드 연구자 안정윤 씨는 “고흥의 매력은 도시와 자연, 과학과 감성이 섞이는 그 경계에 있다. 세련된 커피 한 잔과 난대림이 울창한 정원,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한 여행 안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나를 위한 여정’에 의미를 더한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수국길에서 찍은 사진을 볼 때마다 고요했던 바람이 떠오른다”, “나로우주센터 덕분에 아이가 과학자를 꿈꾸게 됐다”며, 이미 다녀온 이들은 각자의 에피소드를 남긴다. “산길이 힘든 줄도 몰랐다”, “섬 고양이와 마주친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는 고백에는 여행의 여운이 녹아 있다.
고흥을 다녀온 이들은 “단순한 힐링 그 이상의 의미”라고 입을 모은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뻔한’ 풍경이 아니라, 직접 걸으며 만지는 시간의 조각과, 내 안의 가능성을 다시 꺼내 보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바다, 정원과 산, 그리고 커피 한 모금에 담긴 평온함까지.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