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폭 4호 처분 합격생 입학 불허”…한예종 입시 관리 도마 위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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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가 학교폭력 징계 전력이 드러난 합격자에 대해 최종적으로 입학을 불허하기로 하면서 국립 예술대학의 입시 관리와 학교폭력 심사 체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 지침조차 반영하지 못한 채 합격 통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제도적 허점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5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는 전날인 4일 입학정책위원회를 열고 학교폭력 조치 4호 처분을 받은 2026학년도 음악원 합격생의 입학 허용 여부를 심의한 끝에 ‘입학 불허’ 결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연합뉴스
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연합뉴스

입학정책위원회는 한예종 교수들과 외부 전문가 등 12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번 심의에서 해당 수험생의 학교폭력 조치 내용, 사건이 미칠 교육적 영향, 대학 공동체의 안전과 타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들은 논의 끝에 합격을 취소하고 입학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합격생은 2026학년도 한예종 음악원 입시에서 합격한 수험생으로, 고등학교 재학 당시 학교폭력 4호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학교폭력 4호 처분은 사회봉사를 명령하는 징계로, 중대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내려지는 조치 가운데 하나다.

 

해당 수험생은 여학생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가 피해자와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전력이 있었음에도 한예종 입시 과정에서 관련 조치가 반영되지 않은 채 합격이 결정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입시 심사 단계에서의 검증 부실과 기준 미비 문제가 제기됐다.

 

한예종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대학으로, 교육부가 각 대학에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입시에 반영하도록 의무화한 지침을 이미 시행 중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예종은 해당 지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2026학년도 입시 전형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편장완 한예종 총장은 관련 질의에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지고 입시에 반영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대부분 대학이 입학전형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심사 기준을 마련해 입시에 적용하고 있지만 국립대인 본교가 이를 간과했다”라며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사회적 통념과 가치를 따르지 못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해 책임을 인정했다.

 

한예종 측은 이번 위원회 결정에 따라 행정절차법 등 관련 규정에 맞춰 후속 절차를 진행해 최종 처분을 확정할 방침이다. 입학 취소가 행정 처분에 해당하는 만큼, 학교는 당사자에게 의견 제출 기회 제공 등 법적 절차를 거쳐 효력을 확정짓게 된다.

 

이번 사안은 학교폭력 가해 전력이 있는 학생의 대학 진학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와, 대학이 어떤 기준과 절차로 이를 심사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미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기재하고, 대학 입시에서 이를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지침을 내린 상태다. 그러나 대학별로 세부 기준과 운영 방식이 크게 다르고, 전형 적용 과정에서의 관리 부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예술 분야 특성상 실기와 재능 중심 선발이 이뤄지는 한예종에서조차 학교폭력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한 예술계 관계자는 “국립 예술대학은 향후 문화예술계를 이끌 인재를 길러내는 곳인 만큼, 학교폭력에 대한 엄정한 기준을 더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학부모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대학 차원의 명확한 심사 기준과 사후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예체능계 특성상 좁은 업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시 마주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우려로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한예종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향후 입시 전형에서 학교폭력 관련 심사 기준을 구체화하고, 교육부 지침을 반영한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입시 공정성과 공동체 안전을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며, 교육 당국과 대학가 전반에 걸친 제도 보완 요구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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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편장완총장#학교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