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보유출 깊이 사과”…로저스 쿠팡대표, 국회서 보상 검토·통제 강화 약속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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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여야 공방과 글로벌 빅테크 책임론이 맞붙었다.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국회에 출석해 거듭 고개를 숙였지만, 경영진 책임과 해외 규제 대응을 둘러싼 논쟁은 이어졌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는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연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현재 보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로저스 대표는 "규제 기관 조사에 응하고 있으며, 파악 중이다. 조사 결과와 함께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혀, 국내 감독당국 조사 절차와 보상 논의를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로저스 대표는 유출 피해 고객을 향해 거듭 사과했다. 그는 "심려와 우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깊이 사과한다"며 "본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규제 기관에서 가진 우려를 다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은 데이터 거버넌스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개인정보는 불필요한 부분은 보관하지 않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해, 수집·보관 단계부터 관리 체계를 손보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인식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우려 표명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로저스 대표는 "번역본을 통해 내용을 파악했다"며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 모든 사항에 부응해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의 경고 메시지를 인지하고 있으며, 정부가 요구하는 개선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해외 규제 대응과 공시 의무를 둘러싼 질의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사건을 언제 보고했는지 묻자 로저스 대표는 "SEC 규정에 따르면 이번 사고 같은 경우는 중대 사고가 아니어서 공시할 의무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유출된 데이터의 유형을 봤을 때 미국의 개인정보 보호법하에서는 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사고 관련해서는 데이터 민감성 정도를 고려했을 때 미국 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야권이 제기한 중국 등 해외 유통 우려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유출된 데이터가 중국 등 어디에도 유통됐다고 확인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에서 제기되는 중국발 해킹·유통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부터 부인한 셈이다.  

 

경영진 책임론과 관련해선 박대준 전 대표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둘러싼 질문이 이어졌다. 로저스 대표는 청문회 전 사임한 박대준 전 대표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복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사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의장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한 데 대한 보고 여부를 묻자 "미국 이사회에 보고하고 있다"고 답해, 국내 사태를 본사 이사회에 정기적으로 공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의장의 불참 이유를 두고 공방이 가열됐다. 관련 질의가 나오자 로저스 대표는 "이 자리에 오게 돼 기쁘다"라고 답해 일부 의원들로부터 부적절한 답변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의례적 답변은 생략해 달라"며 제지했고, 청문회장은 잠시 긴장된 분위기로 바뀌었다.  

 

외국인 경영진과 국회의 소통 방식 문제도 드러났다. 최 위원장이 로저스 대표의 한국어 구사 능력을 묻자 브랫 매티스 정보보호최고책임자의 통역사는 "장모님과 처제, 안녕하세요 정도의 한국어는 하지만 여기서 논의는 알아듣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문회는 의원 질의와 외국인 경영진 답변을 통역사가 순차 통역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질의 시간이 제한된 가운데 통역이 겹치면서, 정밀한 추궁과 세부 기술 검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과방위는 이날 청문회를 통해 쿠팡의 보상 기준, 재발 방지 대책, 해외 규제 대응 실태를 잇달아 캐물으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정치권은 쿠팡 유출 사태와 관련한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전기통신사업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률 손질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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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쿠팡대표#쿠팡#국회과방위청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