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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호국영웅 고 이지건 일병, 75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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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영웅의 귀환과 유가족의 오랜 기다림이 맞부딪쳤다. 6·25전쟁에서 전사한 고 이지건 일병의 유해가 신원 확인 절차를 마치고 75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3일 고 이지건 일병의 유해를 6·25전쟁 전사자로 최종 확인하고, 이날 유해를 유가족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감식단은 이날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열고 고인의 첫째 딸에게 신원확인 통지서와 유품 등을 전달했다.

고 이지건 일병은 1950년 6·25전쟁 발발 직후 26세 나이로 입대해 국군 수도사단에 배치됐다. 그는 같은 해 8월 9일부터 9월 22일까지 이어진 기계 안강 전투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이 전투는 국군과 유엔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유지하던 시기, 국군 수도사단이 경상북도 포항, 경주, 안강 일대에서 북한군 제12사단의 남하를 저지한 방어전으로 평가된다.

 

고인은 일찍 혼인해 전쟁 발발 당시 이미 8살, 4살, 4개월 된 세 딸을 둔 가장이었다고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전했다. 전선으로 떠난 뒤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의 행방은 유가족에게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었다.

 

고인의 유해는 정부가 유해발굴 사업을 본격 추진하던 2000년 5월, 경주시 안강읍 노당리 어래산 일대에서 발굴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유전자 분석 기술 한계로 유해에서 유전자형을 검출하지 못해 신원 확인이 이뤄지지 못했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이후 분석 기술 고도화에 맞춰 2010년 유해를 다시 분석했고, 재분석 과정에서 유전자 시료 추출에 성공했다. 이어 2019년 확보한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와 비교·분석을 진행했고, 다년간의 검증 끝에 고 이지건 일병의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감식단은 이날 행사를 통해 고인의 첫째 딸에게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유품을 전달하며 호국영웅의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유가족에게는 70여 년에 걸친 기다림 끝에 아버지의 최종 안식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고 이지건 일병은 올해 들어 17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호국영웅이다. 2000년 4월 유해발굴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고인을 포함해 모두 265명이다.

 

국방부는 유해발굴과 신원 확인 작업을 지속해 더 많은 6·25전쟁 전사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비무장지대와 전투지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유해발굴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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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고이지건일병#6·25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