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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트럼프 통화 후 침묵하는 백악관”...미국, 조용한 관망→한미 외교 지형 변화 예고
정치

“이재명-트럼프 통화 후 침묵하는 백악관”...미국, 조용한 관망→한미 외교 지형 변화 예고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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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를 가진 직후, 서울과 워싱턴 두 도시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대통령실이 통화 내용을 신속히 공개한 한국과 달리, 백악관은 하루가 넘어가도록 공식 입장 없이 침묵을 이어가며 전 세계 외교가의 시선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를 초청했고, 양국 정상이 조만간 만날 계획이라는 소식이 로이터 통신을 통해 전해졌지만, 미 행정부는 성명이나 보도자료, 대변인 브리핑 없이 여운만 남겼다.

 

이런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스타일과도 맞닿아 있다. 주목받을 만하거나, 자기 자신이 직접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 때에만 SNS나 공식 입장을 내온 그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뒤에는 곧바로 내용을 알렸지만, 상대적으로 덜 강조하고자 하는 경우 통화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무언의 신호를 활용해왔다. 이번 한미 정상 통화 역시, 취임 축하와 환담이 주를 이룬 만큼 미 측이 굳이 전면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관측도 잇따랐다. 한편, 한국 정권 교체와 함께 외교 기조가 보수에서 진보로 변한 점, 미국의 첫 반응에 중국에 대한 견제가 포함돼 이례적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재명-트럼프 통화 후 침묵하는 백악관
이재명-트럼프 통화 후 침묵하는 백악관

외교계에서는 미국의 조용한 대응이 일방적 의미로 읽히지는 않는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한 방위비 분담 문제 등을 SNS로 일찍 띄우면, 정부 입장에서는 초기 내각 구성을 마치기도 전에 외교 협상 테이블에 성급하게 오를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일부 정상 통화와 마찬가지로 '로키' 분위기 안에서 미국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의 행보를 차분히 관찰하는 덕에 오히려 한국 측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견해가 조심스럽게 이어졌다.

 

관계자들은 오는 15일부터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첫 대면을 할 계획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새롭게 들어선 한국 정부의 대외 정책에 어떤 인상을 받게 될지, 그리고 양국 관계의 새 지평이 어떻게 그려질지 관심이 모인다. 미국 백악관의 침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그 조용함이 거대한 변화의 서막이 될지 외교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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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트럼프#백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