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와 AI로 여는 생태계 혁신…정부, 개발자 저변 넓힌다
오픈소스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생태계 전략이 소프트웨어 산업의 새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오픈소스 행사를 통해 개발자 커뮤니티와 기업 간 교류를 확대하고, 공개SW와 AI를 연계한 혁신 사례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를 향후 국내 AI 오픈소스 생태계 경쟁력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5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 컨퍼런스룸에서 2025 오픈소스 페스티벌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국내 오픈소스 산업 발전에 기여한 개발자와 커뮤니티의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최신 기술 동향과 성공사례를 공유해 기업과 개발자, 커뮤니티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올해 행사의 전체 주제는 오픈소스와 AI로 여는 새로운 미래다.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한 AI 사례와, 반대로 AI를 도입해 오픈소스 개발과 배포를 고도화하는 전략이 핵심 축으로 다뤄졌다. 정부는 이러한 논의를 통해 오픈소스 기반 AI 기술을 국내 디지털 산업 전반에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기조강연에서는 오픈소스와 AI를 둘러싼 산업·생태계 변화가 집중 조명됐다. 녹서포럼 박태웅 의장은 AI의 시대, 생태계의 시대를 주제로 소수 기업 중심 독점 구조에서, 개방형 생태계와 협력 구조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으로의 전환을 설명했다. 이어 META의 배성민 시니어 매니저는 개방형 혁신과 META의 오픈소스 AI 제품 전략과 미래를 발표하며, 글로벌 빅테크가 자사 AI 모델과 도구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개발자 커뮤니티와 상호보완적 관계를 구축하는 흐름을 소개했다.
이어진 발표세션에서는 오픈소스 AI와 AI 테크맵, AI시대에 개발자의 위기와 기회, 오픈소스 커뮤니티 운영과 글로벌 성장 여정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 발표자들은 AI가 코드 생성과 테스트 자동화 등 개발 환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만큼, 오픈소스 프로젝트 참여 경험이 개발자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와 글로벌 확장 전략을 공유하며 국내 프로젝트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모색했다.
정부와 NIPA는 시상 프로그램을 통해 오픈소스 생태계 공로자와 우수 프로젝트를 집중 조명했다. 먼저 2025년 공개SW 유공자 표창을 수여해 그간 오픈소스 도입·확산에 기여한 개발자와 단체의 공헌을 공식 인정했다. 이어 오픈소스 개발자 대회와 오픈소스 컨트리뷰션 아카데미 우수팀 시상식을 통해 차세대 오픈소스 인재와 성장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를 발굴했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은 오픈소스 개발자 대회는 학생, 예비 개발자, 현업 개발자가 팀을 이뤄 자유롭게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경쟁하는 대표 행사로 자리 잡았다. 공유와 협업을 전제로 하는 이 대회는 코드 품질뿐 아니라 라이선스 준수, 커뮤니티 기여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실제 생태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가려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이자 대상인 학생 부문 수상작으로는 jodag 팀의 The Library Mocka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일반 부문 대상은 따끈따끈 팀의 React Native CodePush의 대안 hot-updater 프로젝트가 차지했다. 둘 모두 모바일 및 웹 환경에서 배포 효율성과 개발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라는 점에서, AI와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되는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과의 접점을 갖는 작업으로 평가돼 시장 활용 가능성이 주목됐다. 이들 팀을 포함해 NIPA원장상, 후원기업상, 한국오픈소스협회장상,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상 등 총 22개 팀이 선정됐으며, 상금 규모는 총 6100만원에 달했다.
오픈소스 컨트리뷰션 아카데미는 선배 개발자와 함께 실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설계된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소스코드 작성뿐 아니라 이슈 트래킹, 문서화, 번역, 테스트 자동화 등 다양한 형태의 기여를 경험하게 해, 글로벌 프로젝트에 처음 참여할 때 느끼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대상을 수상한 프로젝트는 Apache Zeppelin이다. 빅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지원하는 이 오픈소스 도구에 대한 기여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데이터 분석과 AI 모델 실험에 널리 쓰이는 프로젝트인 만큼, 국내 개발자들의 실질적인 데이터·AI 역량 강화에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 밖에 NIPA원장상, 한국IT비즈니스진흥협회장상 등을 포함해 최종 7개 프로젝트팀이 선정됐으며, 총 1170만원의 상금이 전달됐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오픈소스 페스티벌과 같은 정례 행사를 통해 오픈소스 기반 AI 생태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대형 AI 모델과 기반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나 개방형 라이선스로 배포되며, 이를 둘러싼 생태계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과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오픈소스 AI 재단을 꾸려 표준과 거버넌스를 논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국내도 이와 같은 협력 모델을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측면에서는 오픈소스 라이선스 준수, AI 학습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등 과제가 남아 있다. 정부는 공개SW 지원 사업과 AI 데이터 구축 사업을 연계해 오픈소스 활용 기반을 넓히는 한편, 공공부문 시스템 도입과 연구개발 과제에서 오픈소스 적용 비중을 높여 생태계 수요를 창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오픈소스를 통해 AI 등 신기술의 개방과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누구나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행사가 개발자와 커뮤니티가 협력의 폭을 넓히고 오픈소스의 가능성을 함께 탐구하며, 대한민국이 오픈소스 혁신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이 중장기적으로 실제 시장과 서비스에 어떤 형태로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