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는 거의 확실”…미국 FOMC 앞둔 뉴욕증시, 혼조 속 경계 심리 확대
현지시각 기준 9일 오전,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하루 앞둔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출발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하다는 인식 속에서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둘러싼 경계 심리가 짙어지며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이번 회의 결과는 연말까지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지시각 기준 9일 오전 10시 24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8.83포인트(0.23%) 오른 47,848.15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역시 6.49포인트(0.09%) 상승한 6,853.00에 거래됐다. 반면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종합지수는 같은 시각 23.30포인트(0.10%) 하락한 23,522.60을 나타내며 약세를 보였다. 연준이 이틀 일정으로 여는 12월 FOMC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방어적 포지션을 늘리는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연준의 기준금리 조정 여부와 함께, 이후 금리 경로와 경기 판단에 쏠려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10일 회의에서 현행 3.75∼4.0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89.4%로 반영했다. 불과 한 달 전 66.9% 수준이던 인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며,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의 조정 자체보다 이후 추가 인하 속도와 횟수가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연준의 결정에 앞서 미국 노동시장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도 잇따라 발표됐다.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계절조정 기준 9월 구인 건수는 765만 건으로 집계돼 시장 전망치 720만 건을 상회했다. 10월 구인 건수는 767만 건으로 9월보다 소폭 늘어, 인력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수요 위축보다는 완만한 조정 국면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민간 고용정보업체 ADP도 별도로 주간 고용 동향을 발표했다. ADP에 따르면 지난달 22일까지 4주 동안 미국 민간 부문 고용 예비치는 주 평균 4천750명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직전까지 4주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고용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노동시장이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런 고용 지표는 연준이 성급한 완화 기조로 전환하기보다는 신중한 접근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섹터별로는 기술주와 통신주가 약세를 보인 반면, 두 업종을 제외한 다수 업종이 강세를 나타냈다. 그동안 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하며 급등했던 성장주를 중심으로 이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는 가운데, 경기민감 업종과 방어주로 매기가 이동하는 흐름이 관찰된다. 금융·헬스케어·소비 관련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며 지수 낙폭을 제한하고 있다.
개별 종목 가운데 엔비디아는 미묘한 대미·대중 관계의 교차점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장중 한때 2% 넘게 올랐다. 그러나 이후 중국 당국이 엔비디아 칩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영국(UK)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가 전해지자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AI 반도체를 둘러싼 수출 규제가 글로벌 기술주 밸류에이션을 좌우하는 핵심 리스크로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헬스케어·소비 관련 종목도 눈길을 끌었다. CVS는 2026년 실적 가이던스가 시장 전망을 웃돌면서 주가가 3% 이상 상승했다. 회사는 2025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7∼7.20달러로 제시했으며, 시장 컨센서스는 7.16달러 수준이었다. 보수적인 가정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회복 의지가 드러났다는 평가와 함께 방어적 성격의 헬스케어 종목으로서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IT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는 AI 챗봇 클로드를 개발한 미국 스타트업 앤트로픽과 향후 3년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기업 고객 대상 AI 서비스 판매에 나서기로 했다. 이 소식에 액센추어 주가는 장 초반 1% 이상 오름세를 보였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과 생성형 AI 기업 간 협업이 본격화되면서, AI 도입을 원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브렛 켄웰 이토로 미국 투자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점에서 금리 인하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연준의 경제전망과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연준의 메시지가 이번 주에 그치지 않고 12월 남은 기간 내내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준의 점도표와 기자회견 뉘앙스에 따라 내년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의 해석이 크게 엇갈릴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유럽 주요 증시도 같은 날 혼조 양상을 나타냈다. 유로존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장보다 0.09% 내린 5,720.59에 거래되고 있다. 영국(UK) FTSE100 지수와 독일(Germany) DAX 지수는 각각 0.25%, 0.40% 상승한 반면, 프랑스(France) CAC40 지수는 0.55% 하락하고 있다. 미국 통화정책 방향을 앞두고 유럽 투자자들 역시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에너지·금융주와 성장주 간 희비가 엇갈리는 흐름이다. 글로벌 자금이 미국과 유럽 간 금리 차와 성장 전망을 저울질하며 재배치 움직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국제 유가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시각 2026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최근월물 가격은 전장보다 0.70% 내린 배럴당 58.47달러에 형성돼 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기 둔화 우려와 공급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면서, 에너지 시장은 보합권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가 하락은 물가 압력 완화 요인인 동시에 산유국 재정과 에너지 기업 이익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증시와 유럽증시, 원유시장이 동시에 연준의 결정을 주시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단기 방향성은 FOMC 결과와 파월 의장의 메시지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이후 추가 인하 속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시장의 재반등 조짐과 물가 흐름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발표가 실제 통화정책 경로로 이어질지, 그리고 글로벌 자산 시장의 재평가를 촉발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