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바이오 육성지구 첫 출범”…7개 권역 혁신거점으로 산업가속
그린바이오 기술이 농식품과 바이오를 잇는 차세대 성장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정부가 7개 광역권을 첫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지구로 지정했다. 지역별로 연구기관과 실증 인프라, 기업이 밀집된 혁신 거점을 중심으로 실증과 평가, 인증,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해 산업 확산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정이 지역 기반 그린바이오 클러스터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라 경기, 강원, 충남, 경북, 경남, 전북, 전남 지역을 최초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지구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구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산학연관이 집적된 거점을 기반으로 기업 지원과 인프라 연계를 체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육성지구 제도는 올해 새로 도입됐다. 각 지자체가 제출한 조성계획을 토대로 산업성, 추진역량, 정책적합성, 실현가능성 등을 평가해 최종 대상지가 선정됐다. 정부는 이 지구들에 연구개발과 실증, 사업화를 단계별로 지원하는 정책 패키지를 집중 배치해 지역별 특화 전략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그린바이오산업은 미생물, 천연물, 식품소재, 곤충, 종자, 동물용의약품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 중인 융합 산업으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미생물 기반 발효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농자재, 천연물에서 추출한 기능성 식품소재, 곤충 단백질을 활용한 사료, 유전자 개량 종자와 동물용 의약품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농식품부는 이번 육성지구 지정을 통해 이러한 분야별 강점을 지닌 지역 거점을 네트워크로 묶고, 기업의 실증과 평가, 인증,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지정은 실험실 단계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실증과 규제 대응, 시장 진입을 아우르는 지원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기존 개별 R&D 사업과 차별화된다. 그린바이오 기술은 실제 농장과 식품 제조공장, 동물병원 등에서의 검증과 각종 인증, 인허가 절차가 뒤따라야 하는데, 육성지구 내에 관련 인프라를 모으고 행정 지원을 강화해 기업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향이다.
정책 수단도 함께 연계된다. 농식품부는 육성지구로 지정된 지역에 대해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 바이오파운드리 등 정부 인프라 구축 공모사업 참여 자격을 우선 부여한다. 벤처캠퍼스는 초기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실험공간과 멘토링,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허브이고, 바이오파운드리는 세포 설계와 유전자 편집, 발효 공정 최적화 등을 표준화해 대량으로 제공하는 일종의 바이오 생산 플랫폼이다. 여기에 더해 지구 내 기업에는 각종 지원사업 가점, 공유재산 특례 등 정책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농업과 바이오를 결합한 애그테크, 식품테크 분야 투자가 늘면서 국가 차원의 그린바이오 전략 수립 경쟁이 진행되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미생물 기반 농자재, 대체단백 식품, 동물용 mRNA 백신 등에서 규제 개선과 실증 인프라 확충을 병행하고 있고, 일본도 종자와 미생물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올려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도 이번 육성지구 지정을 통해 지역 단위의 그린바이오 클러스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며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제도 운영 측면에서 관리 체계도 제시됐다. 농식품부는 지구로 지정된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분기별 실적보고를 받는 한편, 연 1회 성과평가를 실시해 사업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는 다음 해 정책 방향과 예산 배분에 반영해 사업 구조를 조정하고 내실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성과가 우수한 지구에는 추가 인센티브를, 이행이 미진한 지구에는 보완책을 요구하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린바이오 육성지구가 실제로 기업 성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지려면 연구개발 지원뿐 아니라 규제 샌드박스, 기술표준 마련, 수출 지원 등과도 연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동물용 의약품과 종자, 미생물 제제의 경우 국가별 규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 수출을 염두에 둔 인증 전략을 지역 거점에서 함께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육성지구 지정을 통해 지방정부와 연구기관, 산업계가 함께 참여하고 지역별 강점을 반영한 그린바이오 혁신 생태계가 본격 구축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정부와 지자체,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 기업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각 지구가 단순 지원사업 집적지가 아니라 실제 사업화 성과를 내는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