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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앱으로 사우디 디지털 전환”…네이버, 중동 공략 본격화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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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함께 중동의 디지털 전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최근 사우디 주택자치부 등 고위급 정부 방문단은 강원 춘천시에 위치한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찾아, 채선주 네이버 전략사업대표와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를 비롯한 네이버 경영진과 회동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을 ‘중동 디지털 플랫폼 시장 선점 경쟁’의 기점으로 평가한다.

 

사우디 측 방문단은 약 20여명으로, 알리 빈하디 라지히 주택자치부 차관, NHC 디지털 자회사(NHC 이노베이션)의 라이얀 알 아킬 CEO, 야세르 알로바이단 발라디 CEO 등이 포함됐다. 이들의 방한은 네이버와 사우디 NHC의 합작 법인 ‘네이버 이노베이션’ 첫 이사회 준비 워크숍에 맞춰 이뤄졌다. 채선주 대표는 네이버 중동 법인인 네이버 아라비아 RHQ 의장과 더불어 네이버 이노베이션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네이버 이노베이션은 2024년 5월 설립돼, 사우디 국민과 여행객의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지도 기반 슈퍼앱’ 개발을 목표로 한다. 슈퍼앱은 다양한 일상 서비스—주거, 이동, 결제, 커뮤니케이션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혁신 서비스로, 사우디 정부의 ‘비전 2030’(비석유 산업 집중 육성) 전략에서 핵심적 디지털 전환 부문을 담당할 예정이다.

 

특히,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랩스로 구성된 ‘팀네이버’는 메카, 메디나, 제다 등 사우디 주요 도시의 ‘KSA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이미 구축 중이다. 이 플랫폼은 도시 전체의 인프라와 이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쌓아 디지털 공간에서 시뮬레이션·관리·예측 등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기존 오프라인 행정 한계를 극복하고, 스마트시티 및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구현 속도를 2~3배 이상 높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 유럽 빅테크들이 자체 클라우드와 디지털 트윈 기술로 중동 주요 스마트시티 사업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 이노베이션은 현지 합작·지분투자 구조와 지도 기반 슈퍼앱 차별화로, 유럽·미국 IT기업 대비 기민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사우디 등 비석유 신산업 확장에 따라, 현지 데이터 보안·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도 기술 수용의 변수로 여겨진다. 데이터센터・플랫폼 현지화, 양국 합작 구조로 규제 장벽을 낮추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향후 한국 정부 역시 중동 수출 기업을 위한 현지 인증 및 데이터 관리의 제도 지원에 나설 계획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IT기업의 중동 대형 플랫폼 시장 진입 시점이 도래했다”며 “지도 기반 서비스의 현지화와 디지털 트윈 기술의 상용화가 사우디 디지털 경제 전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네이버와 사우디 정부 협력이 실제 시장 확대와 플랫폼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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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사우디아라비아#네이버이노베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