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겨냥한 칼부림 예고”…남녀공학 전환 갈등 속 캠퍼스 불안 고조
동덕여자대학교를 겨냥한 이른바 ‘칼부림 예고’ 게시물이 온라인에 올라왔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학생 안전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미 공학 전환을 둘러싸고 학내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흉기 사진까지 동반된 협박성 글이 등장해 캠퍼스 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날 오후 동덕여대를 대상으로 한 칼부림 예고 글이 인터넷에 게시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의 글은 한 온라인 사이트에 처음 올라온 뒤 다른 커뮤니티로 퍼진 것으로 파악됐으며, 영어로 “학교에 갈 준비가 됐다”는 문구와 함께 가방 속 칼이 촬영된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일부 매체에 따르면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경찰은 게시물이 올라간 플랫폼과 유통 경로, 접속 기록 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4일 “동덕여대 칼부림 예고 글이 온라인에 게시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용의자를 특정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고 내용과 사진의 양상을 고려할 때 단순한 장난이나 협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학내 실질적 위험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는 한편 관련 법률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이번 협박성 게시물은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방침이 공식화된 직후 등장했다. 동덕여대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는 지난 2일 학교 홈페이지에 공론화 결과를 담은 권고안을 공개하며 남녀공학 전환을 공식 권고했다. 동덕여대는 3일 김명애 총장 명의 입장문을 통해 이 권고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현 재학생이 졸업하는 2029년을 전환 시점으로 제시했다. 학교 측은 “입학 당시 기대했던 여자대학으로서의 학업 환경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학 전환을 둘러싼 내부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공학 전환 추진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며,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고 건물 외벽에 스프레이 문구를 남기는 이른바 ‘래커 시위’를 벌였다. 학교 측이 일부 학생들을 고소하면서 갈등은 사법 절차로까지 이어졌다. 이번 전환 확정 발표 이후에도 재학생과 졸업생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다시 고조되고 있어, 협박성 글은 그 격렬한 갈등의 극단적 표출로 읽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덕여대 중앙운영회는 학교의 공학 전환 수용 발표 직후 “의사 존중 없이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고 절차와 소통 부재를 비판했다. 중앙 동아리 연합체 ‘민주 없는 민주동덕’은 4일 오후 교내 집회를 예고하며 학생 의견을 다시 모으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학교는 그동안 남녀공학 전환 반대 구호가 래커칠로 남아 있던 건물 외벽을 정리하는 ‘캠퍼스 건물 래커 제거 행사’를 학생·교수·직원이 함께 진행하겠다고 공지한 상태다.
여성 단과대학으로 출발한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 과정은, 여대들이 정체성과 재정·입시 여건 등 현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요구받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아 왔다. 공론화 기구를 거쳐 전환 시점과 방식이 정리됐지만, 상당수 학생에게 공학 전환은 ‘미래를 위한 전략’이기보다 ‘현재 재학생의 희생을 전제로 한 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협박 글이 이런 인식의 균열 속에서 등장했다는 점은, 논쟁을 다시 제도 설계와 대학의 역할이라는 차원에서 성찰해야 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학 전환 자체에 대한 비판과 토론은 대학 공동체 내에서 충분히 보장돼야 하지만, 흉기 사진을 동반한 폭력 예고는 별개의 범죄 행위로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캠퍼스 구성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이 정당한 문제 제기의 수단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학교와 학생 사회 모두 선을 분명히 그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동덕여대는 학내 안전 대책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과 학생 사회가 물리적 위협에 대응하는 동시에 공학 전환을 둘러싼 갈등의 뿌리를 놓고 차분한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찰은 게시글 작성자와 정확한 경위를 확인한 뒤 관련 법 조항을 검토해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