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무대, 시간 넘어선 목소리의 향연”…이광조·김수희, 봄밤 깊은 울림→추억의 노래로 물드는 무대
따스한 봄밤의 설렘을 노래하는 이광조의 ‘나들이’가 문을 열며, KBS1 ‘가요무대’ 무대에는 잊지 못할 목소리들이 봄바람처럼 차분히 퍼졌다. 청춘의 침잠된 기억 위로 흘러나온 이광조의 음색은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친구처럼 조용히 마음을 다독였다. 무대 위의 담담함과 부드러운 선율은 봄날 골목길 끝에 닿은 추억을 조심스레 꺼내 올렸다.
이어서 김수희의 ‘남행열차’가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짙고 애절한 창법으로 긴 열차의 창 밖을 응시하는 이의 쓸쓸함을 무대에 그려낸 김수희는 한 곡 안에 헤아릴 수 없는 사연을 담아 객석을 울렸다. 노래 끝에 흐르는 진동은 관객 각각의 봄날 기억을 건드리며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기선의 ‘첫차’와 이은하의 ‘밤차’가 다시 무대를 밝혔다. 출발과 도착 사이에 고인 그리움, 그리고 어둠을 품은 기다림이 서로 다른 질감으로 스며들었다. 이은하 특유의 짙은 감정 표현은 깊은 밤 홀로 남은 마음을 꺼내는 한 편의 시를 떠올리게 했다. 신성의 ‘울리는 경부선’ 역시 삶의 길목에서 마주한 다양한 서사를 무대 위에 오롯이 펼쳤다.
김상희의 ‘울산 큰 애기’, 여운의 ‘덕수궁 돌담길’, 오은주의 ‘삼백 리 한려수도’가 잇달아 이어졌다. 도심과 고향, 그리고 자연이 품은 슬픔과 그리움이 마치 여린 바람처럼 객석을 감쌌다. 김소연의 ‘서귀포를 아시나요’는 제주도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이도진의 ‘삼천리강산 에라 좋구나’에서는 경쾌한 장단마저 봄의 태동처럼 퍼졌다.
배일호와 하이량이 들려주는 ‘꽃보다 아름다운 너’와 ‘개나리 처녀’는 싱그러운 봄꽃의 색채를 더했다. 진미령은 ‘하얀 민들레’처럼 담백하고 순수한 감정을 고스란히 건넸으며, 권용욱의 ‘장미’는 사랑의 순간을 깊고 우아하게 채색했다. 객석 가득 웃음을 전한 지원이의 ‘앵두나무 처녀’ 다음으로, 김용임이 ‘봄날은 간다’를 부르자 공연장은 쓸쓸하지만 담백한 봄밤의 정서로 다시 채워졌다. 흘러간 봄과 쓸쓸한 이별, 그리고 남겨진 그리움이 더욱 또렷이 각인됐다.
이날 ‘가요무대’는 세월과 감정을 노래하는 가수들의 목소리로 16곡의 여정을 완성했다. 각 무대는 다양한 계절과 시간의 얼굴로 시청자 곁에 다가섰고, 추억을 품은 노래들은 한 곡 한 곡마다 특별한 울림을 남겼다. 따스한 멜로디에 실은 기억들이 봄밤을 관통하며 가슴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시간이었다. 이번 무대는 오는 12일 밤 10시에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