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웹툰으로 가족사 폭로…전우원, 디지털 증언 장 열다

인공지능 그림 생성 기술이 개인의 가족사와 사회적 고발을 담는 새로운 서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AI를 활용해 제작한 웹툰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연재하면서, 생성형 AI가 개인의 트라우마와 사회적 논쟁을 시각화하는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텍스트·음성 기반이던 자기 고백형 디지털 콘텐츠가 이미지·서사 구조를 갖춘 AI 웹툰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디지털 창작 생태계 변화의 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전 씨는 지난 4일 인스타그램에 짧은 글과 함께 첫 AI 웹툰 작품을 공개하며 연재를 시작했다.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가족사 공개와 과거사 사과 발언으로 사회적 관심을 받아온 전 씨가 이번에는 AI 기반 시각 서사를 택한 것이다. 웹툰의 주인공은 전 씨를 투영한 것으로 해석되는 어린 양 캐릭터 몽글이로, 작품 전체는 일종의 자전적 회고록 구조를 따른다.

웹툰 제작에는 이미지 생성형 AI가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가 텍스트로 상황과 감정을 설명하면, 알고리즘이 이를 기반으로 캐릭터와 배경을 자동 생성한 뒤 반복 보정하는 방식이다. 같은 캐릭터가 여러 화에 걸쳐 등장해야 하는 웹툰 특성상, 전 씨는 동일 프롬프트를 변형·재사용하면서 스타일 일관성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통적인 작화보다 제작 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전문 작화 실력이 없어도 복잡한 장면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AI 활용의 주요 장점으로 꼽힌다.

내용 측면에서 작품은 가족 내 폭력과 방임, 학교폭력, 질병, 고립된 유학 생활과 비리 의혹 등 민감한 서사를 전면에 배치해 누리꾼들에게 강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림체는 귀엽고 단순화된 동물 캐릭터 형식을 따르지만, 서사의 핵심은 아동기 학대와 권력 구조 비판에 맞춰져 있다. 몽글이의 어머니는 순한 양으로 표현되는 반면, 조부모와 아버지, 새어머니는 붉은 눈을 한 검은 양으로 등장해 위압적 권력을 상징하는 구조다.

서사는 몽글이 출생 직후 어머니의 울음이 일상이 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아버지로 묘사된 인물이 외도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 뒤 집을 떠나고, 외도 상대가 어머니에게 폭언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외할아버지의 사망 이후 어머니가 유방암, 갑상선암,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병원 생활을 이어가는 과정도 구체적으로 그려지면서, 질병과 돌봄 부재가 중첩된 가정 환경이 묘사된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조부의 자택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성에서 매주 일요일 진행됐다고 전 씨가 주장한 심판 장면이다. 웹툰 속 몽글이는 이 성에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감금되거나, 장거리 이동 중 휴식을 요구했다가 폭행을 당한 경험을 털어놓는다. 권력자의 저택을 거대한 성으로 형상화하고, 그 안에서의 통제와 처벌을 의식의 재현으로 그려낸 부분은 디지털 서사학 관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 전개에서는 미국 유학 시기가 다뤄진다. 몽글이는 아버지를 만나러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재혼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동시에 아버지가 유학원을 매수해 비리 방식으로 학교에 입학시켰다는 의혹도 웹툰 속 사건으로 등장한다. 전 씨는 가족 관련 뉴스를 검색하던 중 조부의 과거사와 5·18 민주화운동 관련 내용을 접하게 됐고, 이후 학교에서 자신이 괴롭힘을 당한 이유가 조부의 전력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서술했다.

현재 공개된 분량은 미국 유학 시기를 다루는 지점까지로, 각 화 말미에는 다음 화에 계속이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다. 연재 구조를 택한 만큼, 전 씨 개인 서사와 한국 현대사 논쟁이 맞물리는 후속 내용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텍스트 기반 폭로와 달리, AI 웹툰은 장면·상징·캐릭터를 통해 정서적 충격과 공감을 동시에 증폭시키는 효율적 매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서사 기술의 영향력이 부각되고 있다.

생성형 AI가 개인의 폭로와 사회 고발에 활용될 때, 검증과 윤리 문제도 부상한다. 이미지가 주는 설득력 때문에, 독자들은 텍스트보다 실제 경험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반면 AI가 만들어낸 화면은 기억의 재구성 정도를 넘어 연출이 개입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사실 판단과 감정 전달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동일한 기술이 정치적 공방이나 허위 정보 확산에 사용될 경우, 플랫폼 단위의 검증 기준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도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전 씨 사례를 계기로, AI 기반 개인 서사 웹툰이 정신건강 기록 도구부터 사회 고발 수단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PTSD와 우울증 환자가 자신의 경험을 만화나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치료적 시도가 일부 진행돼 왔다. 생성형 AI와 SNS 플랫폼이 결합하면서, 이런 개인 서사가 즉시 대중에게 노출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만큼, 창작 도구로서의 혁신성과 사회적 파급력을 동시에 고려한 제도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AI 웹툰이 창작 생태계와 사회적 담론 공간에 어떻게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