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진술 모두 거부하겠다"던 김건희, 재판부 질문에는 답변…특검과 법정 공방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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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검찰 수사와 대선 국면을 관통해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법정에서 다시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민중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의혹 특별검사가 정면으로 맞선 결심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둘러싼 절차 공방까지 불거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계엄 선포 1년이 된 날 열려 정치적 긴장감이 더해졌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김 여사는 검은색 코트에 안경과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으로 법정에 나왔다. 재판부는 공판 시작 전까지 언론사의 영상·사진 촬영을 허가해 김 여사의 법정 출석 장면이 취재됐다.

 

특별검사팀에서는 민중기 특검이 직접 출석했다. 김형근, 박상진, 오정희 특검보도 함께 법정에 나와 김 여사를 상대로 한 공소 유지에 힘을 보탰다. 특검이 수장급을 결심 공판에 투입한 것은 사건의 상징성과 정치적 파장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쟁점은 피고인 신문부터 드러났다. 재판부는 앞서 특검팀이 신청한 피고인 신문 과정의 실시간 재판 중계를 허용할지를 검토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여사가 포괄적 진술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점을 들어 중계 실익이 없다고 보고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우인성 부장판사는 피고인 신문이 진행된 직후 "다 진술을 거부하는데 여기까지만 하자"며 신문을 마무리한 뒤 "피고인의 진술 거부로 중계 실익이 없어서 재판 중계 신청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피고인 신문은 특검 측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3가지 질문을 던진 뒤, 김 여사가 답변을 거부하면서 약 3분 만에 종료됐다.

 

피고인 신문은 형사재판 막바지 단계에서 검사나 변호인이 피고인을 직접 신문해 사실관계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김 여사 측은 사전에 재판부에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알린 바 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권리로,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하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의 질의가 이어지면서 법정 분위기는 다시 달아올랐다. 김 여사는 재판부가 직접 묻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답변을 선택했다. 배석판사가 "모든 거래를 권오수를 통해 한 게 맞느냐"는 취지로 묻자 김 여사는 "저는 실제로 다른 사람과 개인적인 거래를 한 적이 없다. 권오수를 통해서만 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특검과 변호인단의 공방이 불붙었다. 특검팀은 "피고인이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는데 재판부 질문에만 답하는 것은 포괄적 진술 거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상 검찰 측 신문에는 답하지 않으면서 재판부 질문에는 응한 태도가 진술거부권의 취지에 맞는지 따져 묻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 변호인은 "검사와 변호인 중 한쪽 답변에만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거부권을 행사하는 범위는 피고인이 정할 수 있다"고 맞섰다. 헌법상 권리인 진술거부권의 범위를 피고인의 재량에 두고, 검찰과 법원의 질문을 구분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증인 출석 문제도 논란을 키웠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이른바 도이치모터스 1차 주포로 불리며 김 여사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 모 씨는 이날 증인으로 채택돼 있었으나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 씨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을 거부했다.

 

김 여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소개한 인물로도 거론돼온 이 씨의 증언 여부는 재판의 쟁점 중 하나였다. 그러나 김 여사 측이 이 씨의 진술조서에 대해 증거 동의를 하면서 이 씨에 대한 증인 신문 신청은 철회됐다. 이에 따라 이 씨가 법정에서 직접 입장을 밝히는 과정은 없었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 가담하고 8억 1천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2025년 8월 29일 구속기소 됐다. 검찰과 특검은 계좌 위탁, 시세조종 연계 거래 등을 통해 시장 질서를 훼손한 중대 경제범죄라고 보고 있다.

 

또한 김 여사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공모해 정치 브로커로 지목된 명태균 씨로부터 합계 2억 7천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은 후보자나 예비후보가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무상 제공된 여론조사 역시 사실상 정치자금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여기에 더해 김 여사는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전성배 씨와 공모해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교단 지원과 관련한 청탁을 받고 고가 목걸이 등 8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이 혐의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조항이 적용됐다.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재판 진행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지지율에 직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여권 내부에선 사법 절차를 통한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는 취지의 신중론이 적지 않지만, 야권은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엄정 처벌을 촉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양상이다.

 

민주당과 비교 야당은 특검이 직접 법정에 나선 점을 들어 사건의 중대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실과 여권 인사들은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사법부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포괄적 진술거부 전략이 재판 전략 측면에서 일관된 태도인지, 또는 양형 단계에서 어떤 영향을 줄지에 주목하고 있다. 법원은 향후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최종 변론을 거쳐 선고기일을 지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재판을 계기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김 여사의 정치자금 관련 혐의는 다시 정국의 한복판으로 소환됐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향후 선고 결과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과 여야 대치 국면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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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민중기특검#도이치모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