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자 2명만 남기라”…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정황 특검 포착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싼 군 수사 외압 의혹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이 혐의자 축소 지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드러나며, 군 윗선 및 대통령실 개입 논란이 정치권을 격랑에 몰아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특검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이 2023년 8월 국방부조사본부 관계자와 나눈 녹취록을 최근 확보했다.
박 전 보좌관은 해당 녹취에서 '장관의 지시'를 거론하며 채상병 사건 수사 대상 축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보좌관은 “장관의 지시가 맞다”며 혐의자를 6명에서 2명으로 줄일 것을 구체적으로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조사본부는 임성근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했다가, 최종적으로 대대장 2명만 적시해 2023년 8월 21일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최종적으로 혐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보다 앞서 박 전 보좌관은 해병대 수사단에도 혐의자 축소를 요구한 바 있다. 특히 2023년 8월 1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 직후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인원은 징계로 검토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현장에 없던 지휘관의 혐의자 제외 쪽에 무게를 싣는 지침을 남겼다. 박 전 보좌관은 군검찰 조사에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초동 조사를 “졸속수사”라고 비판했고, 이종섭 전 장관의 이첩 보류에 대해서는 “적절한 판단”이라 평가했다. 박 전 보좌관은 채상병 사건 직후 진급해 육군 56사단 사령관으로 부임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이번 녹취록 확보가 윗선 지시 정황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단서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박진희 전 보좌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등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직접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 조만간 박 전 보좌관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은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성근 전 사단장 혐의 제외를 지시했다는 국군방첩사령부 보고 문건도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는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직후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구체 지시가 하달됐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종섭 전 장관 측은 “구체적으로 ‘혐의자를 2명만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강력 부인하고 나섰다. 김재훈 변호인은 “국방부조사본부에 재검토를 지시할 때 국방부 검찰단 등 내부 의견을 함께 청취하라고 했다”며, “2명만 혐의자로 지정하라는 식의 구체적 지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은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특검 수사 확대를 요구했다.
정치권은 채상병 사건 관련 윗선의 부당 관여 가능성을 띤 수사 외압 정황에 대해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검팀의 소환 조사 이후 윤 전 대통령 및 이종섭 전 장관 라인 책임론과, 군사 수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 요구가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