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208계단 수직 상승”…이일희, LPGA 준우승→세계랭킹 218위 도약
잔잔한 시간 속 평정을 지키던 이일희가 마침내 힘찬 파도를 만났다. 한 번의 연습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던 그의 뒷모습에선 오래 준비해온 이들의 단단한 의지가 엿보였다. 숍라이트 클래식의 그린 위에서 이일희는 누구보다 절박했고, 마침내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 결과를 손에 넣었다.
이일희는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끈질긴 승부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발표된 세계 여자골프 랭킹에서도 놀라운 반전이 이어졌다. 수치로 환산된 그의 성취는 뚜렷했다. 10일 발표된 순위에서 이일희는 종전 1천426위에서 1천208계단이나 도약, 세계 218위에 이름을 새겼다.

2015년 세계랭킹 36위까지도 올랐던 이일희는 2018년 투어 카드 상실 후 오랜 침묵을 이어왔다. 출전 기회가 점점 줄었던 지난 시간, 랭킹은 차갑게 가라앉았고 최근 2년간은 천위 밖의 깊은 숫자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지난주 US여자오픈 컷 탈락이라는 아픔도 있었지만,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보여준 저력은 곧바로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냈다.
숍라이트 클래식 3위를 기록한 김세영도 세계랭킹 44위로 4계단 상승하며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가영 역시 117위에서 8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넬리 코르다, 지노 티띠꾼, 리디아 고는 각각 1~3위를 굳건히 지키며 정상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침묵의 시간은 다시 도전의 시작으로 바뀌었다. 이일희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커진 자신감과 함께 올 시즌 남은 일정에 다시 한 번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흔들림 끝에 만난 도약의 순간을 바탕으로, 그의 서사는 또 한 번 땀과 응원의 흔적으로 쌓여갈 전망이다. 숍라이트 클래식의 숨결은 6월 10일 아침, 랭킹이라는 숫자로 팬들 곁에 조용히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