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가면 돈 샌다”…서울,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1위
전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서울이 ‘가장 비싼 도시’ 1위에 올랐다는 해외 조사가 나오면서, 서울 시민의 체감 물가 부담을 둘러싼 논의가 커지고 있다. 집세가 아닌 외식·술자리·문화생활 등 일상적인 외출 비용 기준에서 서울이 최상위권에 오른 결과라 시민들의 생활비 압박이 다시 주목받는 상황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 메일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매거진 타임아웃(Time Out)이 전 세계 100여 개 도시 거주자 1만8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서울은 ‘가장 비싼 도시’ 1위를 차지했다. 조사는 주거비·임대료를 제외하고 식사, 음주, 나이트라이프, 문화 활동 등 이른바 ‘밖에서 쓰는 돈’이 얼마나 부담되는지에 초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타임아웃에 따르면 서울 응답자 가운데 외식 비용이 부담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30%에 그쳤다. 밤에 나가 즐기는 활동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느낀 응답자는 2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술 한 잔 가격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도 30%를 밑돌며, 서울 시민 상당수가 식사·술자리·여가 활동 비용을 ‘비싸다’고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서울에 이어 ‘비싼 도시’ 2위는 튀르키예 이스탄불이 차지했다. 이어 노르웨이 오슬로, 스웨덴 스톡홀름, 일본 교토, 그리스 아테네, 호주 시드니, 뉴질랜드 오클랜드, 독일 뮌헨, 호주 브리즈번, 미국 로스앤젤레스, 싱가포르, 영국 런던, 캐나다 밴쿠버, 미국 마이애미가 순서대로 15위 안에 들었다.
특히 북유럽 도시들은 높은 물가로 상위권을 형성했다. 오슬로와 스톡홀름은 음식과 술, 오락 비용이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오슬로는 외식 비용 만족도가 가장 낮은 도시로도 꼽혔다. 오슬로 시민 중 외식이 합리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24%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의 시드니와 브리즈번, 미국 로스앤젤레스 같은 주요 도시 역시 외식과 밤문화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응답이 많아 상위권에 포함됐다.
반면 생활비 체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도시로는 남미와 아시아 일부 도시들이 다수 포함됐다. ‘가장 저렴한 도시’ 1위는 콜롬비아 메데인이었고, 2위 역시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가 차지했다. 두 도시는 외식과 커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중국 베이징, 미국 뉴올리언스, 이탈리아 나폴리, 베트남 하노이, 태국 치앙마이, 중국 상하이, 페루 리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태국 방콕,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칠레 산티아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등이 ‘저렴한 도시’ 상위 15곳에 올랐다.
타임아웃은 “이번 조사는 단순한 물가 비교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외출·여가 비용을 기준으로 한 결과”라며 “외식과 문화생활 비용이 도시 생활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는 각 도시 시민들이 체감하는 ‘도시의 비싸다/저렴하다’는 인식을 비교한 것으로, 환율이나 소득 수준 등 경제지표와는 다른 차원의 지표라는 점에서 해석상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가 서울의 높은 외식 물가, 주류 가격, 문화·여가 비용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주거비뿐 아니라 ‘밖에서 쓰는 돈’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시민들의 여가·문화 향유 기회가 제약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까지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별도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최근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물가 안정 대책과 서민·청년층 생활비 부담 완화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이번 조사 결과가 향후 외식업, 문화·여가 분야 정책 논의에 참고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