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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GPT가 숫자로 답했다"…이재명, 농식품부·건설기술교육원 업무보고 우수사례로 지목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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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이후 첫 업무보고를 둘러싸고 대통령이 콕 집어 칭찬한 부처와 공개 질타를 받은 기관장이 동시에 부각됐다. 국정 운영 스타일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부터 진행 중인 취임 후 첫 정부 부처 업무보고 과정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건설기술교육원을 '우수사례'로 꼽았다고 대통령실이 15일 밝혔다. 대통령실은 같은 자리에서 전임 정부 인사인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업무보고 중 질책을 두고 야권이 제기한 공세에도 반박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어떤 곳의 보고 준비가 잘 됐는지 묻는 참모들의 질문에 두 부처를 꼽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우수사례로 지목된 농림축산식품부 사례는 이른바 '콩GPT'라는 별명을 얻은 변상문 식량정책국장의 답변 태도와 직결돼 있다. 변상문 국장은 11일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유전자변형식품, 즉 GMO 콩의 수입량과 국내 콩 생산량, 자급률을 잇따라 묻자 "100만t", "8만 3천t", "식용으로만 보면 37% 자급하고 있다"고 즉시 답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 장면을 두고 "국민 먹거리로 관심이 큰 대두와 옥수수의 유전자 변형 여부, 수입 농산물 비중에 대해 명쾌한 답변으로 국민의 막연한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공지능처럼 정확한 수치를 바로 답하는 전문성으로 국민 신뢰를 높이고, 자신이 맡은 공무에 대해 높은 책임 의식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이 점을 근거로 변 국장에게 '콩GPT'라는 별칭이 붙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우수사례로 꼽힌 건설기술교육원에 대해 대통령실은 재정 자립 노력을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연간 24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교육비로 자체 조달해 내공과 저력을 칭찬받았다"고 소개했다. 정부 재정에 의존하지 않고 교육 수입으로 기관 운영을 감당하고 있다는 점이 이 대통령의 긍정 평가를 이끌어냈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사례 소개의 취지도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 정부는 사상 최초로 업무보고 전 과정을 생중계해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 잘하고 준비된 실무 공무원을 국민께 알리고 국민주권 정부의 국정 철학을 국민 눈높이에서 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우수사례를 적극 발굴해 '톺아보기' 형식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업무보고가 단순한 연례 행사가 아니라, 실무 능력과 책임성을 국민 앞에서 검증받는 무대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한편 같은 업무보고 과정에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질타를 받은 장면을 두고 야권은 인사 책임 전가이자 보여주기식 질책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이학재 사장은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다.

 

이에 대해 강유정 대변인은 "언제 임명됐느냐의 문제는 부차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가령 지난 정부 인사들로만 구성돼 있던 현 정부 초기 국무회의에서 몇 번의 탁월한 대답으로 유임된 분도 계시다"고 언급하며, 인사 판단의 기준은 정치적 출신이 아니라 성과와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또 "실용주의적 정신으로 얼마나 실무에 강한지를 보여주느냐의 문제"라고 거듭 말했다.

 

대통령실이 한쪽에선 '콩GPT'와 건설기술교육원 사례를 전면에 내세우고, 다른 한쪽에선 인천국제공항공사장을 향한 질타를 두둔하면서 정치권 공방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여권은 실력 중심의 국정 운영 기조를 부각할 가능성이 크고, 야권은 생중계되는 업무보고가 대통령의 정치적 연출에 가깝다며 비판 수위를 높일 수 있다.

 

국회는 향후 국정감사와 상임위원회 회의를 통해 업무보고 과정에서 드러난 기관별 성과와 한계를 재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실무 역량을 기준으로 우수사례를 추가 발굴하는 한편, 관련 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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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변상문국장#이학재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