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대형주 4.3% 하락”…반도체 부담 커지자 중소형주로 순환매
코스피 시장에서 반도체 중심 대형주의 고점 부담이 부각되며 조정이 이어지는 사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형주와 소형주가 한 달 새 뚜렷한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자들의 매기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 개별 재료를 보유한 종목들로 옮겨 가면서 단기적인 순환매 장세가 펼쳐지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3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4,392.64에서 4,203.90으로 내려 4.3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형주 지수는 3,782.68에서 3,895.40으로 2.98% 상승했고, 소형주 지수는 2,448.96에서 2,584.96으로 5.55% 오르며 대형주와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시가총액 1∼100위, 중형주는 101∼300위, 소형주는 301위를 포함한 나머지 종목으로 구성된다.

연초 이후 흐름을 보면 대형주 쏠림은 더 두드러졌다. 올해 1월부터 10월 31일까지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78.38% 급등해 상승장을 주도했다. 같은 기간 중형주 지수는 41.20%, 소형주 지수는 16.45% 상승하는 데 그치며, 시가총액 규모에 따른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특히 소형주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대형주의 약 5분의 1 수준에 머물며 대형주 쏠림현상을 뚜렷이 드러냈다.
국내 증시에서는 11월 이후 흐름이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관련 수혜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고점 부담과 과열 논란이 제기되자,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중·소형주로 시선을 돌리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대형주 중심 장세에 뒤처졌던 종목군을 대상으로 한 단기 저가 매수와 개별 이슈주 중심의 추격 매수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소형주 내부에서는 뚜렷한 재료를 가진 종목들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천일고속과 동양고속은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터미널 복합개발 수혜 기대감이 부각되며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동양고속은 16일 장 개장 직후 29.89% 급등하며 8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천일고속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총 9차례 상한가를 기록했다.
소비재 섹터에서도 개별 호재를 보유한 종목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 등을 보유한 에이블씨엔씨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기간 아마존과 틱톡 플랫폼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영향으로 급등했다. 에이블씨엔씨 주가는 전날 22.67% 상승한 데 이어 16일에도 12%에 육박하는 오름세를 이어가며 소형주 지수 강세에 힘을 보탰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소형주 강세를 대형주의 구조적 약세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신한투자증권 김성환 연구원은 “주가지수는 누적된 기술적 부담으로 인한 과열 완화 성격의 조정을 11월부터 겪고 있다”며 “초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단기적인 순환매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중·소형주 강세를 구조적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내년 1월 이후에는 다시 초대형주 중심으로 시가총액 규모별 로테이션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개별 이슈와 투자심리 변화에 따라 종목별 등락이 커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국내 증시 방향성은 미국 통화정책 기조와 주요 기업 실적, 인공지능 수요 지속 여부 등 대형주 펀더멘털을 둘러싼 변수에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