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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돌봄에서 빙하까지”…유료방송, 방송대상 수상작 무료 공개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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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와 정보통신 기술이 결합된 유료방송 플랫폼이 공익·교양 콘텐츠 확산 창구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올해 방송대상 수상작을 IP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 OTT까지 연계해 무료로 공개하기로 하면서, 시청자들은 유료 플랫폼의 TV 다시보기 환경에서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와 AI·디지털 돌봄 등 신기술을 다룬 프로그램을 편리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미디어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공공성을 부각하는 시도이자, 디지털 유통망을 활용한 우수 프로그램 확산 모델을 실험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29일 발표를 통해 2025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수상작 10편을 모은 방송대상 특별관을 주요 유료방송에서 무료로 상영한다고 밝혔다. 참여 사업자는 케이블TV 주문형 서비스 운용사인 홈초이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으로 분류되는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위성방송 플랫폼 KT스카이라이프 등이다. 이들은 자사 VOD 인프라를 활용해 방송대상 전용 카테고리를 구성하고, 시청자들이 손쉽게 수상작을 찾을 수 있도록 편성할 계획이다.

특별관은 방송사와 유료방송 플랫폼의 협조를 통해 마련됐다. 시청자는 각사의 TV 다시보기 메뉴에서 방송대상 특별관으로 진입해 최우수상과 우수상, 희망나눔상 등으로 뽑힌 프로그램들을 별도의 이용료 없이 시청할 수 있다. 기존에는 개별 채널 편성 시간에 맞춰보거나 유료 VOD로 결제해야 했던 콘텐츠가 일정 기간 무료 개방되는 구조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공익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어떻게 유통할지에 대한 하나의 실험 사례로 평가된다.

 

상영작은 장르와 주제가 다양하다. 최우수상을 받은 KBS의 빙하는 기후변화와 생태계를 다룬 대형 다큐멘터리로, 대기·환경 데이터와 현장 취재를 결합해 지구 환경 변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G1방송 경계탐구 파노라마 세계의 벽은 국가 간 경계와 사회적 장벽을 탐사 저널리즘 형식으로 조명한다. EBS 다큐멘터리K 우리는 선생님입니다는 교육 현장의 변화와 교사들의 삶을 밀착 취재했으며, SBS SBS 스페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문화예술계에 남긴 실험극과 공연예술의 궤적을 탐색한다.

 

지역 방송과 전문 다큐 채널의 작품도 포함됐다. KNN 사라진 味는 지역 식문화와 로컬 푸드를 추적하는 프로그램으로, 식품 산업과 지역경제,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교차 분석한다. KBS부산총국 영상복원 부산항은 옛 필름과 디지털 복원 기술을 활용해 항만 도시의 변천사를 되살린다. EBS EBS 다큐프라임 날씨의 시대는 기상 빅데이터와 생활 환경 변화를 연계해 기후 위기가 산업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해설한다.

 

IT와 바이오,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 맞닿은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MBC충북 AI 돌봄은 인공지능 기반 돌봄 시스템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고령화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조명한다. AI 스피커, 센서 네트워크, 원격 모니터링 솔루션 등을 통해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례를 다루며,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돌봄 노동의 재편 문제도 함께 제기한다. 왓챠와 EBS가 공동 제작한 인간이 되자는 OTT 플랫폼과 공영 교육 채널이 협업한 콘텐츠로, 디지털 사회에서 인간성, 관계, 정체성을 성찰하는 서사를 담았다.

 

사회 공헌 성격의 희망나눔상 작품도 특별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KBS 창원총국 수심청 프로젝트는 수자원과 환경 보전을 주제로, 지역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프로젝트형 프로그램이다. 데이터 기반 수질 측정과 현장 활동을 결합해, 과학적 진단과 시민 참여형 환경 보호 모델을 함께 보여준다.

 

수상작 무료 상영은 내년 1월 19일까지 진행된다. 기간 동안 10개 프로그램은 각 유료방송 사업자가 운영하는 TV 다시보기 메뉴의 방송대상 특별관에서 시청할 수 있다. 플랫폼별 UI와 메뉴 구조는 다르지만, 모두 동일한 수상작 구성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VOD 중심으로 이동한 시청 행태를 고려할 때, 시한부 무료 개방 방식이 우수 프로그램의 도달 범위를 넓히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다.

 

미디어 산업 측면에서 보면 이번 특별관 운영은 유료방송 플랫폼이 단순 전송망을 넘어 공공성이 높은 콘텐츠의 집적과 확산을 담당하는 허브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IPTV와 케이블, 위성, OTT가 모두 참여하는 구조는 플랫폼 간 경쟁 상황에서도 공익·교양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협력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특히 AI 돌봄처럼 디지털 헬스케어와 인공지능 융합 이슈를 다룬 프로그램이 포함되면서, IT와 바이오 융합 기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넓히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규제와 정책 측면에서 방송대상 특별관은 직접적인 제도 변화와 연결되지는 않지만, 유료방송 재허가 심사에서 강조되는 공공성, 지역성, 다양성 항목을 충족하는 실질적 사례로 작용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운영하는 플랫폼이 공익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전면 배치할 경우, 알고리즘이 상업적 콘텐츠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우수 프로그램의 제작뿐 아니라 유통 구조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유료방송과 협력해 시청자 접근성을 높이는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산업계는 이번 방송대상 특별관이 일회성에 그칠지, 아니면 AI와 디지털 전송망을 활용한 공영 콘텐츠 유통 모델로 자리 잡을지 지켜보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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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iptv#ai돌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