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롱부츠 족저근막염 부른다”…의료계, 통증 경고
아침에 눈을 뜨고 첫걸음을 내디딜 때 발뒤꿈치에서 찌릿한 통증이 반복된다면 족저근막염을 고려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발바닥을 지지하는 족저근막과 주변 근육이 평소보다 더 뻣뻣해지기 쉬운데, 통풍이 잘 되지 않고 밑창이 딱딱한 롱부츠를 장시간 착용할 경우 발에 가해지는 충격이 증가하면서 염증 위험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의료계는 생활습관과 신발 선택이 맞물리며 발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계절성 근골격계 질환으로 족저근막염을 지목하고 있다.
12일 의료계 설명을 종합하면 족저근막염은 발뒤꿈치 뼈에서 발가락 쪽으로 이어지는 두꺼운 섬유성 띠인 족저근막에 미세 손상과 과사용이 반복되면서 염증이 생기고, 그 결과 발뒤꿈치와 발바닥에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걷거나 서 있을 때 체중과 충격을 분산해 주는 조직이 과부하를 받아 손상되는 것으로, 누적된 부담이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통증을 일으키는 구조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아침에 일어나 처음 발을 디딜 때 통증이 유난히 심하다는 점이다. 수면 중 발목과 발가락이 아래로 향한 상태가 유지되면 족저근막이 상대적으로 수축된 자세가 지속되는데, 일어나자마자 체중을 싣고 걸으면서 갑자기 조직이 늘어나게 되고, 이때 미세 파열 부위가 자극을 받으면서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게 된다. 시간이 지나 몸이 풀리면 통증 강도가 줄었다가, 다시 오래 서 있거나 걷고 난 뒤에 통증이 되살아나는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원인으로는 과도한 보행과 달리기, 장시간 서 있는 생활습관을 포함해 비만, 잘 맞지 않는 신발 착용, 평발이나 높은 아치 등 발의 구조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에는 추위로 발목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굽이 높거나 밑창이 단단한 롱부츠를 장시간 신으면 충격 흡수 기능이 떨어지면서 족저근막에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쌓이기 쉽다. 특히 발목이 잘 꺾이지 않는 디자인의 신발은 보행 패턴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어 특정 부위에 하중을 집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족저근막염은 하루 대부분을 서서 근무하는 직업군이나 매장 판매·서비스 종사자, 장시간 보행이 잦은 직장인에게서 자주 관찰된다.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중년 이후 근육량 감소로 발과 종아리의 지지력이 떨어진 사람에게서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갑자기 운동량을 늘리거나, 준비운동과 스트레칭 없이 고강도 하체 운동을 시작하는 행동 역시 염증을 촉발하는 방아쇠가 된다. 이러한 요인들이 반복되면서 족저근막에 미세 파열이 누적되고, 충분한 회복 없이 다시 부담이 가해지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 접근은 증상 정도에 따라 비수술적 방법과 수술적 방법으로 나뉜다. 초기 단계에서는 비수술적 치료가 원칙으로 제시된다. 우선 족저근막에 부담을 주는 활동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장시간 걷기나 오래 서 있기, 계단을 반복해 오르내리는 행동, 점프 동작이 많은 운동은 통증 악화를 유발할 수 있어 조절이 필요하다. 체중 감량이 필요한 경우 식습관 개선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해 발에 실리는 하중 자체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방과 관리 측면에서 신발 선택이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족저근막염 위험을 줄이려면 밑창이 너무 딱딱하고 쿠션이 부족한 신발, 발목 움직임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롱부츠는 가급적 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부득이하게 롱부츠를 장시간 신어야 했다면, 귀가 후에는 발바닥에 집중된 압력을 풀어 주기 위해 가벼운 지압과 스트레칭으로 근막을 이완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스트레칭 방법으로는 의자나 바닥에 앉아 발목을 몸 쪽으로 당긴 상태에서 엄지발가락을 위로 들어 올리듯 잡아당기며, 발바닥 중앙에서 발뒤꿈치까지 이어지는 족저근막이 당겨지는 부위를 손으로 마사지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벽에 손을 짚고 종아리 뒤쪽 근육을 늘려 주는 스트레칭, 골프공이나 마사지볼을 발바닥 아래에 두고 굴리며 근막을 풀어 주는 동작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기관에서는 통증과 염증 조절을 위해 필요 시 소염진통제 복용을 병행하고, 체외충격파 치료처럼 족저근막 부위에 충격파 에너지를 전달해 조직 회복을 유도하는 물리치료 도입도 검토된다. 발 모양과 보행 습관을 분석해 기능성 깔창이나 보조기를 맞춤 적용하면 발뒤꿈치에 집중되던 하중을 분산시켜 재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수개월간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지속될 경우에는 부분적인 근막 절개 등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박영환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아침 첫걸음 통증을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 첫걸음을 내디딜 때 발뒤꿈치가 유난히 아프다면 가능한 한 빨리 휴식을 취하고, 족저근막을 늘려 주는 스트레칭과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족저근막염은 증상을 방치할 경우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발 선택과 생활습관을 조정하는 등 관리만 잘 이뤄진다면 충분히 호전이 가능한 질환으로 평가했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겨울철 신발 문화와 보행 습관 변화가 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조기 인지와 예방 중심의 교육과 안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